‘갈대의 순정’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 박일남(85)의 근황이 전해졌다.
21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서는 거리의 방랑자로 살아가는 박일남의 모습이 그려졌다. 박일남은 농촌 길을 걷다가 바쁜 농가에 일손을 보태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버너를 꺼내 라면을 끓여먹으며 생활하고 있었다.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모든 걸 내려놓은지도 30여 년이 흘렀다는 그는 “갈 곳도 없어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녀 본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아내도 있고 장성한 자식들도 있는 그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걸까. 박일남은 “미안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속죄하는 의미에서 혼자 고생을 한다”고 털어놨다.
박일남은 데뷔 앨범만 30만장을 판매했던 화려한 과거를 회상하며 “처음 낸 음반이 많이 나갔다. 요즘으로 치면 300만장 급이다. 출연료를 이만큼 (많이) 받아서 철제 캐비닛에 넣어뒀다. 요즘으로 치면 빌딩 한두 개는 가지고 있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갈대의 순정’ 이후에도 ‘엽서 한 장’, ‘희야’, ‘정’ 등 줄줄이 히트곡을 내며 국민가수가 된 박일남은 “젊었을 때는 경거망동을 많이 했다”면서 “그때는 사회적 관점에서 영화배우와 가수의 차이가 엄청났다. 영화배우는 위에 있고 가수들은 아무리 유명해도 유랑극단 정도로 취급되는 시절이었다”며 폭행 시비에 휘말렸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한 연기자 후배가 아주 버르장머리가 없어서 내가 야단을 쳤다. 자기가 볼 때는 ‘가수 나부랭이가’ 이렇게 된 거다. 그래서 감정이 격해져서 내가 따귀를 한 대 때렸고 그 일로 구속이 됐다”고 말했다.
이후 가수협회장으로 있던 당시, 연예인 아파트 건축사업을 시작했다가 토지비 조성 문제로 부도를 내면서 사기 혐의도 얻었던 박일남은 스스로 가수 생활을 접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기꾼이 무슨 노래를 해. 섭외 들어와도 안 했다. 의상도 200벌 됐는데 다 줘버렸고, 구두 40~50켤레도 줘버렸다. 내가 안 했다. 가수 안 한다고”라며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아내에게 가장 속죄하고 싶다는 박일남은 “젊었을 때는 여자들과의 루머가 많이 돌았다. 그게 사실이건 아니건 아내에겐 치명적인 수치심이 됐을 거다. 미안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한편 박일남은 방송 말미 틈틈이 작곡했던 곡을 녹음하러 가는 모습을 공개하며 신곡 발표에 대한 기대감을 남기기도 했다.
사진=MBN ‘특종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