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팔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도담삼봉. 남한강 물길 가운데 자리한 크고 작은 세 개의 봉우리가 마치 일부러 만들기라도 한 듯 주변 경관과 기막히게 어울린다. 보는 자리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강 건너 도담마을의 노란 코스모스군락지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기막히다. 단양|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오래도록 사랑받는 여행지
각종 미디어를 통한 여행정보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여행 트렌드가 새로 등장하고, 전에 주목받지 못하던 곳들이 돌연 인기를 모은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여전한 명성을 지닌 ‘전통의 강자’들이 있다. 단양이 그렇다. 단양은 기암절벽의 계곡과 강, 깊은 숲을 지닌 문자 그대로 ‘산수경관 수려한 고장’이다. 대표명소 ‘단양팔경’은 가을 나들이 명소로 부모님 시절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 인기가 현재진행형이다. 청명한 하늘과 어울리는 풍광은 이제 나들이 인증샷의 ‘핫플’로 됐다. 탁 트인 전망의 산세를 살린 패러글라이딩이나 아쿠아리움 같은 즐길거리도 생겨났다. ‘구관이 명관’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국내 최대 민물고기 아쿠아리움 인기
단양읍의 다누리아쿠아리움은 최근 가족여행명소로 인기 높은 곳이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의 강소형 잠재관광지인 이곳은 국내외 민물고기 234종, 2만3000여 마리를 보유한 국내 최대의 민물고기 전문 아쿠아리움이다. 높이 8m에 달하는 대형수족관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관을 갖추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수달, ‘남한강의 귀족’으로 불리는 황쏘가리, 행운을 불러온다는 중국 최고보호종 홍룡, 아마존의 거대어 피라루크 등 희귀한 민물고기들이 있다.
●뭍과 물에서 고루 감상하는 절경
‘단양팔경’은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옥순봉,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사인암을 가리킨다. 이중 도담삼봉은 옛부터 팔경 중 으뜸으로 꼽혔다. 남한강 물길 가운데 자리한 크고 작은 세 개의 봉우리는 마치 일부러 만들기라도 한 듯 주변 경관과 기막히게 어울린다. 맑은 날도 멋지지만 물안개가 피어나는 살짝 흐린 날이 더 운치있고 신비롭다는 평이다.
도담삼봉 상류 쪽 언덕의 가파른 계단길을 300m 정도 올라가면 또 다른 팔경인 석문이 나온다.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만든 절경으로 이름 그대로 거대한 암벽 가운데 큰 구멍이 뚫리면서 천연 돌문이 만들어졌다. 석문의 웅장한 규모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배를 타고 강 가운데로 나가거나 아예 건너편 마을에서 바라보는 게 더 좋다.
팔경중 구담봉과 옥순봉은 물에서 감상해야 제대로 멋을 느낄 수 있다.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장회나루 유람선이다. 구담봉과 옥순봉 등을 거쳐 청풍나루를 왕복하는 유람선이 이곳에서 출발한다.
단양읍에 있는 다누리아쿠아리움의 전시관. 국내외 민물고기 234종, 2만3000여 마리를 보유한 국내 최대의 민물고기 전문 아쿠아리움이다. 단양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느림보유람길 걸으며 심신 치유
느림보유람길은 4개 구간, 총길이 36.6km의 순환코스로 이루어진 하이킹 길이다. 단양팔경 중 선암계곡의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과 사인암 등 4경,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경관을 지닌 소선암자연휴양림까지 이 길을 따라 걸으면 모두 만날 수 있다.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은 선암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만나는 ‘삼선구곡’의 경승지들이다. 가장 먼저 만나는 하선암에는 3단의 흰 바위와 그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덩그러니 앉아 있는 형상이 미륵 같다 하여 일명 부처바위라 불리는 바위가 유명하다.
중선암에는 유난히 바위에 한자 이름이나 글귀를 새긴 게 많다. 바위에 새겨진 이름이 3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중 이곳 절경을 극찬한 ‘사군강산 삼선수석’(四郡江山 三仙水石)이라는 글씨가 유명하다. 앞의 두 곳에 비하면 조금 소박한 상선암은 크고 웅장한 바위와 올망졸망한 바위가 모여 있는 풍경이 매력이다.
사인암은 남조천 물길 옆에 50m 높이의 병풍처럼 넓은 절벽이다. 길쭉한 암석들이 켜켜이 쌓인 모습이 책을 쌓은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추사 김정희가 이곳을 ‘하늘에서 내려온 한폭 그림같다’고 극찬했다고 한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사인암. 하늘 높이 치솟은 50m 높이의 기암절벽이 마치 긴 암석을 끼워 맞춘 듯 기이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단양|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호젓한 산성 안의 역사유적
단양신라적성비는 신라 진흥왕 때 세운 비석이다. 신라가 고구려 영토인 적성을 점령하면서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세운 공훈비로 국내 최고의 금석문으로 평가받는다. 1978년에 발견되어 이듬해 국보로 지정됐다. 다른 명소들과 달리 적성비를 보려면 꽤 공을 들여야 한다. 비가 있는 적성산성까지 대중교통편이 마땅치 않고 차로 가려면 가파르고 좁은 산길을 10여 분 올라야 한다. 인근 단양휴게소에 차를 대고 오르는 게 조금 낫다. 적성산성은 원래 923m 길이의 석축성인데, 대부분 붕괴되고 북동쪽 일부가 남아 있다. 성벽 위에 서면 멀리 단양호와 단양군 일대가 눈 아래 펼쳐져 힘들게 올라온 고생을 잊게 해준다.
단양|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