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류진욱. 스포츠동아DB
NC 다이노스 우완투수 류진욱(27)은 올해 정규시즌 내내 팀의 필승카드로 맹활약했다. 팀 내 가장 많은 70경기에 등판해 1승4패22홀드, 평균자책점(ERA) 2.15의 성적을 거뒀다. 60경기 이상 등판한 불펜투수들 중 전상현(KIA 타이거즈)과 함께 ERA가 가장 좋았다.
기다림이 길었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21순위)에 NC의 지명을 받아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2차례 팔꿈치 수술과 군복무로 인해 1군 무대는 2020년에야 처음 밟았다. 그해 NC는 정규시즌-한국시리즈(KS)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지만, KS 엔트리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2021년에는 44경기(1승1세이브7홀드·ERA 2.08), 2022년에는 51경기(4승2패4홀드·ERA 4.86)에 등판하며 커리어를 쌓았지만, 팀이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했다.
입단 9년차에 맞이한 첫 가을야구다. 류진욱은 첫판부터 존재감을 뽐냈다. 19일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2이닝 2안타 무4사구 1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팀의 14-9 승리에 기여했다.
22일 SSG 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2-0으로 앞선 8회말 등판해 홀드를 챙겼다. 비록 1점을 내줬지만, 시속 150㎞대 강속구를 앞세워 추가 실점을 막아 팀의 4-3 승리에 일조했다.
생애 첫 가을야구에서 접전 상황을 이겨내야 하는 부담이 크지만,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류진욱은 “가을야구의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 팀이 높은 위치로 갈 수 있도록 더 힘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평생 잊지 못할 경험도 했다. WC 결정전에서 2이닝을 막고 교체될 때 홈팬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오랜 기다림 끝의 달콤한 열매였다. 그 순간을 돌아보며 류진욱은 “가슴이 너무 뜨거워졌다”고 감격스러워했다. “KBO리그나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을 봐도 선수가 팬들에게 콜을 받는 모습을 TV로 보기만 했다. 직접 듣는 건 처음이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불펜투수로서 빼어난 성적을 냈지만, 주목을 덜 받았던 게 사실이다. “안 그래도 벼르고 있다”며 의지를 다지는 이유다. 류진욱은 “마지막까지 웃고 싶다”며 “우리 팀도 WC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가을야구를 시작했다. 더 오랫동안 야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