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 곧’ 김지훈 “영혼 갈아넣은 악역, ‘무섭다’ 댓글 뿌듯해” [인터뷰]

입력 2024-0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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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발레리나’에 이어 ‘이재, 곧 죽습니다’까지 연달아 세 작품에서 악역을 맡아 ‘나쁜 놈의 진수’를 보여준 김지훈. 사진제공|빅픽처이엔티

‘이재, 곧 죽습니다’서 또 살벌한 악역 열연한 김지훈

심리적으로 힘든 악역이지만
좋은 드라마 함께 해서 감사
잇단 악역에 이미지 고착화?
그걸 깨는 재미가 쏠쏠해요
배우 김지훈(43)은 요즘 안방극장에서 ‘악역 전문’으로 통한다. 2020년 tvN ‘악의 꽃’과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에 이어 5일 최종회를 공개한 티빙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까지 연달아 살벌한 악역을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작품에서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 헤어스타일과 근육질 몸매로 섹시한 매력을 뽐내는 동시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인이나 성 착취 범죄 등 끔찍한 악행을 저지른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로부터 ‘섹시한 쓰레기’라는 별명을 얻었고, 방송가 안팎에서는 김지훈의 캐릭터가 극악무도할수록 작품이 흥행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1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지훈은 “내가 무섭다는 댓글을 볼 때마다 ‘성공했군’하고 뿌듯하다”면서 “좋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영혼을 갈아 넣은 악역”

그중에서도 ‘이재, 곧 죽습니다’의 박태우 캐릭터는 “역대급 악역”으로 손꼽힌다. 스스로 삶을 져버린 주인공 서인국이 12번의 삶을 살아야 하는 형벌을 수행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에서 김지훈은 서인국의 ‘환생자’들을 죽이는 살인마로 등장한다. 화가 김재욱의 사지를 절단하고, 모델 이도현을 차로 치어 죽이면서 쾌감을 느끼는 사이코패스 역이다.

“또다시 악역이었지만, 사실 드라마의 메시지와 재미에 푹 빠져서 다른 걸 고민할 겨를이 없었어요. 어머니의 위대한 모성애를 보여주면서 삶에 대한 의미를 드러내는 메시지가 정말 감동적이었거든요. 몇몇 시청자가 ‘힘든 순간에 드라마를 보고 삶이 소중하다는 걸 느꼈다. 더는 나쁜 생각하지 않겠다’고 쓴 댓글을 보고 참 뿌듯했어요.”

덕분에 드라마는 글로벌 OTT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에서 한국 콘텐츠 최초로 글로벌 2위에 오르는 등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지켜보면서 살인마 연기를 하며 떠안은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도 “한순간에 날려 보냈다”고 한다.

“솔직히 악역을 연기하는 건 정말 힘들어요. 살의나 살인을 통한 쾌감과 같이 내게 없는 감정을 억지로 만들어서 촬영 내내 거기에 빠져 있어야 하거든요. 이번에는 차에 치이고,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등 액션 촬영이 많아서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죠. 하루 종일 와이어에 매달려서 360도로 뱅뱅 돌았던 적도 있는걸요. 갖은 고생을 했지만, 시청자들의 몰입을 위해서라면 배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요.”


●“이미지는 깨는 재미죠!”

일각에서는 잇단 악역으로 인해 이미지 고착을 우려하는 시선도 나오지만, 정작 김지훈은 “별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10여 년 전, 젠틀한 ‘실장님’ 이미지가 강했던 제게 지금의 악역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이미지였어요. 그때 ‘실장님’ 캐릭터로 고착된 이미지를 깨기 위해서 악역에 도전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된 거기도 하고요. 되돌아보면 결국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셈이잖아요. 그런 경험을 지나오니 이제 이미지 고착화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오히려 더 흥미로워요. 그걸 깨는 재미가 있잖아요.”

일부 배우들이 악역을 연기한 후 겪는다는 후유증도 전혀 없다. 김지훈은 “마지막 촬영 날에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는 순간 캐릭터를 탁 털어버린다”면서 “그래서 악역을 계속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지금까지 악역을 일부러 찾아서 맡은 건 아니었어요. 좋은 작품을 찾다가 악역을 우연히 맡은 것뿐이죠. 저의 첫 번째 기준은 무조건 ‘좋은 이야기’거든요. 그러니 앞으로도 좋은 드라마, 영화라면 악역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유지혜 스포츠동아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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