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 스포츠동아DB
한국전력은 7일까지 승점 40, 14승12패로 5위에 올라있다. 낮은 순위지만 3위 OK금융그룹(승점 43·15승11패), 4위 삼성화재(승점 40·15승12패)와 격차가 박빙이다. V리그에선 3위와 4위의 승점차가 3 이하면 3-4위의 준플레이오프(준PO)가 성사된다. OK금융그룹과 삼성화재를 사정권에 둔 한국전력으로선 충분히 ‘봄배구’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
V리그 출범 이후 하위권에 머문 시간이 길었던 한국전력이지만, 최근 2시즌 동안 권 감독 체제에서 보인 경쟁력은 인상적이다. 그 과정에서 고비를 넘기며 단단해지기도 했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 중반 9연패에 빠지는 바람에 ‘봄배구’ 진출 전망이 어두웠지만, 극적으로 4위를 차지해 3위 우리카드와 단판 준PO에 이어 PO까지 올라갔다. 올 시즌에도 개막 직전 구단 매각설로 팀이 흔들리면서 1라운드(1승5패)에는 부진했지만 2~3라운드에 7연승, 4~5라운드에 4연승을 달리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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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감독은 팀이 흔들릴 때마다 선수들을 향한 배려로 분위기를 다잡았다. “연승과 연패로 팀 분위기가 바뀌진 않는다”면서도 연승 분위기 속에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뛸 수 있도록 같은 양복만 입었다. 그에게 ‘단벌신사’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연승 기간 합숙도 권 감독이 아닌 선수들의 의견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배려에 앞서 엄격한 원칙이 있다. 권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기관리’다. 선수시절 자신의 롱런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훈련장과 숙소에서 탄산음료를 마시지 못하게 한다. 여기에 기회를 준 선수가 부진하면 주기적으로 자극을 준다. 세터 하승우가 심한 기복을 보이고, 임성진이 성장통을 겪을 때도 공개적으로 “더 성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자주 전달했다.
권 감독의 지론은 “선수가 못한다고 비판하는 대신 선수를 능력만큼만 쓰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선수가 코트 위에서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권 감독이 이끄는 한국전력의 올 시즌 ‘봄배구’ 전망이 밝은 이유 중 하나도 이 같은 지론에 있다.
권재민 스포츠동아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