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의 미혼 남녀가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엠넷 ‘커플팰리스’ 한 장면. 사진제공|엠넷
예능 ‘커플팰리스’ 바라보는 두 시선
“살림해 줄 여자 원해요.”, “머리카락 치워줄 남자 없나요?”방송인 유세윤, 미주, 김종국이 출연하는 엠넷 ‘커플팰리스’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방송가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연애 리얼리티’가 아니라 100명의 미혼 남녀가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경쟁을 벌이다 보니 첫 만남부터 연봉과 자산은 물론, 기상천외한 결혼 조건까지 가감 없이 내건다.
방송 전 연출자인 이선영 책임프로듀서가 “가장 현실적인 ‘결혼 이상형’, 결혼 시장의 축소판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듯, 결혼정보회사와 같은 극사실 매칭 시스템을 도입했다. 실제로 프로그램에는 전·현직 결혼정보회사 매니저들까지 고정 출연자로 등장한다.
최근 방송에서 100명의 미혼남녀는 단체 미팅 자리에서 “송강 닮은 외모”부터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 이해해달라”, “화장실에서 앉아서 볼일 보는 남성 원한다”는 상대에게 맞는 조건을 각각 공개했다.
방송 후 일부 시청자들은 블로그, SNS 등을 통해 참가자들이 외모와 조건만으로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는 과정을 빠른 속도로 그려 게임처럼 느껴지고, 새롭게 다가온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별다른 대화나 교감 없이 상대방을 판단하도록 유도하는 진행 방식이 자칫 그릇된 결혼관을 심어줄 수 있단 지적이 나왔다.
일부 참가자가 “연봉 8억 원”, “강남에 산다” 등 재력을 과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걷기 좋아하는 여성을 원한다”는 남성을 향해 “자기 차 없는 남자는 별로다”라고 반응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 한 참가자가 상대방을 향해 “솔직히 날씬하지 않은데 살 빼볼 생각 있냐”고 묻거나, “여자가 결혼하면 애 보고 밥하고 나만 바라봐야지, 어떻게 밖에서 일하면서 다른 사람을 보고 하냐”고 말하는 장면 등도 비판 대상에 올랐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14일 “남녀가 로맨스를 쌓는 스토리를 위주로 하는 연애 예능과 달리 대규모 출연자 등 스케일을 내세운 것은 흥미로운 시도”라면서도 “스펙(조건), 외모, 고전적인 성역할 등을 전시하는 데 그쳐 아쉽다. 또 ‘결혼은 현실’이라며 결혼을 성공의 과정처럼 강조하는 콘셉트도 시대착오적이다”고 비판했다.
유지혜 스포츠동아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