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보·배려 지워진 축구대표팀…‘패거리 문화’, ‘세대·성분 갈등’ 없애야 [사커토픽]

입력 2024-02-1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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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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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가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축구국가대표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더 선, 데일리 메일 등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들이 한국대표팀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14일(한국시간) 주장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요르단과 2023카타르아시안컵 준결승(0-2 한국 패)을 하루 앞둔 저녁식사 자리에서 물리적 충돌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됐다고 보도하면서 세상이 뒤집어졌다.

이강인 등 몇몇 어린 선수들이 먼저 식사를 마치고 탁구를 치는 것에 대해 손흥민 등 주요 베테랑들이 자제하라는 취지로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이강인이 발끈하면서 고성, 욕설, 멱살잡이, 주먹질이 섞인 충돌로 번졌다.

대표팀은 생각보다 평화롭지 않다. 세상 어디나 그렇듯 늘 크고 작은 다툼이 벌어지곤 했다. 우리뿐 아니라 해외 축구팀에서도 흔한 일이다. 그래도 몸싸움은 드물다. 영국 매체들의 보도가 나오자 주요 외신들이 가세해 이번 사태를 조명하는 이유다. 한국대표팀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유력 클럽의 주장과 차세대 에이스가 큰 갈등을 빚었다는 소식은 해외 매체들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런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환경은 달라졌다. 수직적이고 일방적이던 과거에는 후배의 물리적 대응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행여 불만이 있어도 대개 뒤에서 속삭이고 분을 삭이는 정도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제는 감정 표현과 분노 표출이 흔해졌다.

다만 시대가 바뀌어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 최근 우리 대표팀은 이를 넘어선 듯하다. 희생, 양보, 배려가 사라졌다. 그 자리에 ‘패거리 문화’가 등장했다. 출생년도가 같은 선수들이 끼리끼리 뭉쳐 작은 세력을 이뤘다. 그러면서 어느 쪽이 기 싸움에서 이기고 졌다는 당혹스러운 이야기가 끊임없이 불거졌다.

불편하지만 출신 성분을 따지는 기류도 있다. 2000년대로 접어들고 해외 진출이 꾸준히 늘면서 촉발된 해외파와 국내파의 갈등은 아주 오래됐다. 많은 축구인들은 “우수한 실력으로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은 인정하나 ‘소속팀’이 대표팀에서 위상과 입지를 정하는 바로미터가 돼선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세대갈등’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팀 내 해외파의 비중이 크지만 모두가 비슷한 성장과정을 거치진 않았다. 손흥민, 이재성(32·마인츠), 황희찬(28·울버햄턴),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등은 유년기를 국내에서 보내고 유럽에 진출해 성공한 경우인 반면 이강인 등은 현지에서 자랐다. 정서와 문화는 사실상 유럽인과 다름없다는 얘기다. 이번 충돌도 여기서 기인했을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축구는 ‘팀 스포츠’다. 개성이 있고, 성장환경과 코스가 다르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핵심은 올바른 지도다. 그저 선수들의 편의만 봐주는 리더십은 옳은 길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안컵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60·독일)의 ‘치어리더십’은 일부만을 위한 길이다. 조금 불편할 수 있겠으나, 강한 카리스마와 통솔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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