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류현진.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12년 만에 KBO리그 복귀를 알리자, 다른 9개 구단에는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투수 2명과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에 류현진까지 가세한 한화 선발진의 위상은 단숨에 올라갔고, 이 때문에 한화의 PS 진출을 유력하게 점치는 시선도 부쩍 늘었다. KT 위즈를 ‘투수왕국’으로 만든 명투수 출신 이강철 감독 역시 “경험상 4선발까지만 잘 갖춰져 있으면 페넌트레이스 운영이 수월하다”며 “선발진 구축으로 마운드 전체가 탄탄해졌다. 한화 불펜이야 모두 잘 알지 않느냐. 거의 리그 1, 2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024시즌 통합 2연패를 꿈꾸는 LG 트윈스 또한 류현진을 경계했다. 류현진과는 나쁜 기억까지 적지 않다. 류현진이 2010년 청주구장에서 작성한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17탈삼진, 자신의 KBO리그 통산 98승 중 무려 21승이 LG를 희생양으로 삼아 만든 기록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새 시즌 목표로 구단 역대 최다 88승을 겨누다가 이를 낮추기에 이르렀다. 올해 한화와 16차례 맞대결 가운데 류현진이 등판하는 경기를 미리 계산한 것이다.
9개 구단이 류현진과 한화를 경계하는 만큼 류현진 역시 특정팀이나 선수보다 9개 구단 모두를 꺾겠다는 의지다. 과거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천적으로 꼽은 최정(SSG 랜더스·피안타율 0.362) 등 맞대결이 기대되는 상대 선수들 또한 여럿 있지만, 12년의 시간이 지나 국내무대에 복귀한 만큼 개인보다는 팀의 성취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 강하다.
류현진은 25일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구장에서 오전 훈련을 마친 뒤 “나 홀로 (다른 팀을) 경계해서 되는 게 아니다. 팀이 함께 생각해야 하는 문제지만, 우리는 PS에 가야 하는 팀이니 그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9개 구단 모두에 경쟁력 있게 경기를 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특정팀이나 선수를 경계하지 않는다. 내게는 모든 팀이 다 똑같다”고 말했다.
23일 팀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 류현진은 도착 당일(23일)에 이어 26일 2번째 불펜피칭을 실시한 뒤 다음달 1일 첫 라이브피칭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로선 3월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LG와 정규시즌 개막전 선발등판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상태다. 그는 “이제 투구수를 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코치님께 일정상으로 (개막전 등판이)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 앞으로 2주에서 3주 동안 자연스럽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몸이 갖춰져야 많은 투구수를 소화할 수 있고, 투구수를 많이 가져갈 수 있어야 예전처럼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오키나와(일본)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