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팬들이 17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 코리아컵 8강전 킥오프를 앞두고 구단 행정을 성토하는 여러 대형 걸개를 내걸었다. 울산 | 남장현 기자
성사 단계에 이르렀던 트레이드가 한쪽의 갑작스러운 변심으로 철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울산 HD와 FC서울이 한창 추진한 트레이드였다.
울산은 최근 군복무를 마친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27)를 내주고 서울 측면 수비수 이태석(22)에 현금 일부를 받는 형태의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물론 개인 협의도 끝냈다. 원두재는 새 팀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태석은 아예 서울 선수단과 작별인사까지 나눴다.
서울이 발송한 서류에 김광국 울산 대표이사가 사인하면 행정 절차가 끝나는 상황에서 돌연 울산의 태도가 바뀌었다. 16일 “없던 일로 하겠다”고 서울에 통보해왔다. 양자 서명이 없어 불법이라고 볼 수 없으나, 합의된 트레이드를 한 구단이 돌연 깨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런 막무가내식 결정을 내린 이유는 격앙된 팬 여론이다. 국가대표급 선수를 유망주와 바꾸려던 구단에 비난이 쇄도했다. 그러자 내부회의를 거쳐 원두재의 잔류를 결정한 뒤 선수에게 “이적 불가”를 알렸다. 이 자리에서도 원두재는 “떠나고 싶다”는 입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이사는 트레이드 철회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 ▲많은 출전을 원하는 원두재의 해외 이적 추진을 존중하다가 이번 건이 진행됐고, ▲(국가대표팀으로 떠난) 홍명보 감독이 이적을 원한 선수와 함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으나, ▲갑작스러운 감독 사임으로 감독의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잔류 코칭스태프가 반대해 자신이 직접 트레이드 철회를 결정했다는 게 핵심이다. 또 “실무 차원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처리하다 대표이사의 반대로 무산돼 구단 실무진의 신뢰에 타격을 입혔다”고 덧붙였다.
당연히 서울은 발칵 뒤집혔다. 당장 선수단 개편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고, 이태석 역시 평생 안고 갈 상처를 입게 됐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이)태석이가 울산에 집까지 구했다더라”며 분노했다. 서울은 “이미 합의서 초안이 나갔고, 홍 감독의 사임이 결정된 이후에도 세부조건 협의가 계속 진행돼 완료에 이르렀다”고 반박했다.
K리그 전반의 분위기도 울산에 비판적이다. A구단 관계자는 “구단 책임자의 승인 없이 진행되는 선수 딜은 존재하지 않는다. 돈 문제가 걸린 사안은 실무진이 결정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B구단 관계자도 “이기적 결정이다. 피해자들이 너무 많다. 향후 울산과 이적 건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C구단 관계자는 “논란이 된 강원FC 야고 영입 건부터 울산이 무리수를 많이 둔다”며 의아해했다.
대표팀에 합류할 외국인 코치들과 접촉하기 위해 현재 유럽 출장 중인 홍 감독도 이 해명을 접한 뒤 크게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훗날 진실게임으로 번질 여지가 있다. 게다가 울산도 ‘필요에 의해’ 트레이드를 진행한 정황이 있다. 주전 왼쪽 풀백 이명재와 재계약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이태석을 장기적 관점에서 유용한 자원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