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콘서트 포스터

나훈아 콘서트 포스터



가수 나훈아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직접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나훈아는 지난 7일 대구 엑스코 동관에서 열린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공연 도중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대표곡 ‘공(空)’을 부르다 반주에 맞춰 “요 며칠 전 밤을 꼴딱 새웠다. 공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라면서 “집회가 금지된단다. ‘우짜면 좋노’ 싶더라. 새벽에 계엄 해제가 되는 걸 보고 술 한잔하고 잤다”고 했다.

이어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국회의사당이 어디고? 용산은 어느 쪽이고? 여당, 야당 대표 집은 어디고?”라면서 들고 있던 부채를 하늘로 들고 “이 부채 끝에 (기운을) 모아서 부릅니다”라고 관객과 함께 노래의 후렴부인 ‘띠리 띠리 띠리리’를 열창했다. 

그는 노래 직후에도 “정치의 근본이 무엇이냐.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배곯지 않게 하는 것이 원리”라면서 “대한민국에서 문제 되는 것, 이걸로 국회서 밤을 새우고 고민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나훈아의 자작곡 ‘공’은 그가 매 공연마다 ‘띠리~’로 시작하는 후렴구를 활용해 만담처럼 속을 터놓기로 유명한 노래다. 국악풍 선율에 ‘살다 보면 너나 나나 모두 어리석다는 걸 알게 된다’ ‘백년도 힘든 것을. 천 년을 살 것처럼’ 등 철학적인 가사가 담겨있다.

나훈아는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해 ‘무시로’ ‘잡초’ ‘홍시’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정치권의 러브콜도 수차례 받았던 그가 1992년 여당(민주자유당)의 총선 출마 제안에 “‘울긴 왜 울어’를 세상에서 누가 제일 잘 부릅니까? 마이클 잭슨이 더 잘 부릅니까?”라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훈아는 은퇴 전 전국투어로 팬들을 만나고 있으며, 내년 1월 10~12일 사흘간 서울 케이스포돔에서 은퇴 공연을 끝으로 마무리 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연제호 기자 s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