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남태희는 백전노장이 됐지만, 새 시즌 팀과 함께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SK 남태희(34)는 어느덧 30대 중반의 베테랑이 됐다. 2009년 프랑스 리그앙 발랑시엔 소속으로 프로에 데뷔한 뒤 벌써 16년이 지났다. 이제는 태극마크를 단 앳된 얼굴보다는 주황색 제주 유니폼을 입고 팀을 진두지휘하는 노장의 모습이 더 익숙하다.
남태희는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느낀다. 30대에 접어들면서 몸의 회복 속도가 과거보다 더딘 데다, 팀에서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정운(36)과 임채민(35)뿐이다. 스스로도 “언제 은퇴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가 됐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그라운드 위에선 여전히 청춘이고 싶다. 지난해 여름 15년 동안의 해외생활을 청산하고 제주에 입단한 그는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K리그1 8경기(3어시스트) 출전에 그쳤다. 출전한 경기에선 건재를 과시했지만, 이름값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인지 이번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에선 새 시즌 재도약을 벼르고 있다. 그는 “재도약과 함께 3년 이상 더 뛰는 게 목표다. 이제는 매 시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원하는 결과를 받아들 수 있다”고 밝혔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과거 정우영(울산 HD), 사비(스페인) 등 자기관리가 뛰어난 팀 동료들을 본받아 지금도 8시간 이상 잠을 자고, 탄수화물 섭취도 철저하게 조절하고 있다. 김학범 감독의 지시대로 상대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 공간에서 공을 받아 동료들에게 골 찬스를 만들어줄 수 있어야 자신도, 팀도 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남태희는 “감독님께선 내가 수비 진영으로 내려와 공을 받기보다는 전방에서 공을 받는 움직임을 원하신다. 지금의 전방압박과 공을 많이 점유하는 전술은 선수생활 내내 했던 축구라 익숙하다”며 “베테랑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후배들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침 올 시즌 준척급 영입생들이 대거 가세했으니 더 많은 공격 포인트와 높은 팀 순위를 바라본다.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K리그 데뷔골과 함께 10골-10어시스트를 겨냥한다. 또 팀이 3시즌 만의 파이널라운드 그룹A(1~6위) 진입을 넘어 그 이상을 이루는 데도 앞장서겠다는 의지다.
남태희는 “지금까지 축구인생을 돌아보면 굉장히 만족스럽다. 늘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도 없다”며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의 격차가 적은 K리그 무대 입성 후 더욱 축구에 집중하게 됐다. 파이널A 진입을 넘어 FC서울, 울산, 전북 현대 등과 우승 경쟁을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가고시마(일본)|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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