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오닉 9은 현대자동차의 첫 번째 전동화 플래그십 모델이다. 진화된 기술과 다양한 첨단 사양을 탑재해 인상적인 주행 안전성과 정숙성을 보여준다. 대형 SUV가 갖춰야할 공간 활용성도 경쟁 모델을 압도한다. 사진제공 |현대차
●뛰어난 활용성과 넉넉한 주행거리
아이오닉 9은 긴 휠베이스(3130mm)와 유선형의 완만한 루프라인 덕분에 쿠페형 SUV처럼 세련된 인상을 풍긴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에어로스테틱(Aerosthetic)’ 철학을 반영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데 포커스를 뒀다. 정통 SUV의 각진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낯선 디자인이지만 공력 성능을 강화해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리는데 기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형 SUV로는 최고 수준인 공기저항 계수 0.259를 달성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9 실내 공간. 사진제공 |현대차
대시보드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사용 편의성을 고려해 설계됐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연결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시각적으로 넓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2열과 3열의 넉넉한 공간과 스위블 시트 등을 통한 공간 활용성은 아이오닉 9의 백미다. 타고다니는 차를 넘어서 ‘살아보라’는 카피를 내세운 이유를 한 번 타보면 누구나 이해하게 된다.
3열을 폴딩하면 생기는 광활한 공간은 카페, DJ박스, 캠핑 공간 등 원하는 스타일로 꾸밀 수 있다. 실내 V2L 기능을 활용해 다양한 전자 기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전기차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평상시에는 패밀리 SUV로, 주말에는 움직이는 나만의 대형 아지트로 사용할 수 있으니 아빠들이 이 차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충전 스트레스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점도 강력한 매력 포인트다. 아이오닉 9은 110.3kWh 배터리를 탑재해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큰 용량을 갖추고 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시승차인 성능형 AWD 모델의 경우 501km, 항속형 2WD 모델은 532km다. 충전 시간도 빠르다. 350kW급 충전기 사용 시 10%→80% 충전에 24분이 걸린다.

현대차 아이오닉 9. 사진제공 |현대차
엔진 대신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는 엔진 소음과 진동 자체가 없어 한 번 경험하면 그 편안함을 잊을 수 없을 정도다. 다만 그만큼 주행중 노면 소음과 타이어 소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들려온다. 이와 같은 단점을 없애기 위해 아이오닉 9에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R) 시스템과 흡음 타어를 적용돼 고속 주행 시에도 외부와 완벽하게 단절되는 수준의 정숙성을 확보했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도 거의 들려오지 않는다.
승차감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전기차들 중 최고 수준이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돼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며, 리어 크로스 멤버의 하이드로 부싱이 추가돼 실내로 전달되는 진동을 최소화했다. 특히 시승차인 캘리그래피 트림에는 ‘셀프 레벨라이저 댐퍼’가 적용되어 있어 차량의 하중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차고를 조정해 어떤 노면 상황에서도 승차감을 해치지 않았다.
주행 안전성도 발군이다. 시승 당일 앞이 갑작스러운 폭설이 내렸지만, 낮게 가라앉아 노면을 강하게 움켜쥐고 달리는 듯한 기동 능력 덕분에 왕복 100km 주행중 단 한 번도 불안한 느낌을 받지 않았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