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후 지도자로 야구인생의 2막을 연 KT 박경수 QC코치는 “펑고가 제일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 많은 후배가 좀 더 성장하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커서다. 질롱(호주)|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심리학에 엑셀, 파워포인트 활용, 스피치 역량까지….”
KT 위즈 박경수 QC코치(41)는 지난해 12월 KBO 코치 아카데미에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도자가 되는 게 말처럼 단순하지 않아서다. KT는 현장 지도자에게 사무 역량을 지나치게 요구하진 않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선수단 일정 관리에 훈련 보조, 그리고 심리적·기술적 코칭까지 세세하게 신경 쓸 게 더 많았다. 박 코치는 “선수 때는 받기만 해서 몰랐다”며 “코치가 되고 나서야 ‘이렇게까지 선수를 위해주셨구나’ 싶은 게 정말 많더라. 매일 감동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펑고
“눈에 알이 다 배겼어요(웃음).” 박 코치는 KT 코칭스태프 중 막내다. 선수 시절부터 돈독하게 지낸 코치가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업무상 실수를 하면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눈치를 보지 않고 열정을 쏟는다. 자신을 이을 후배 내야수와 훈련시간이다. 현재 내야수비 지도 보조 역할을 함께 맡고 있는 박 코치는 호주 질롱 1차 스프링캠프에서 강민성, 천성호, 유준규, 권동진, 유준혁 등 일명 ‘스페셜 조’ 5명과 훈련뿐 아니라 팀 전체 훈련에서 지도자로서 역량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박 코치는 이른바 ‘선수우선주의자’다. 외야에 있다가 이번 캠프 도중 내야 훈련을 받은 유준규에게는 자기 글러브를 선뜻 내주고, 노하우를 모두 퍼줬다. 그런데 한 가지 계속 어려운 게 있다. 펑고(fungo·수비훈련 시 연습타구를 치는 것)다. 박 코치는 “펑고가 제일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유가 있다. 그는 “기본적 수비 자세와 스텝이 요구되는 선수에게는 그에 맞는 타구를 연출해주고 싶다. 또 ‘이 선수에게는 이 바운드를 좀 더 쳐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도 많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더라. 내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KT
박 코치는 KT를 위해 헌신하고 싶다. 선수 시절 기량을 꽃피운 곳 역시 KT고, 은퇴 후 진로를 고민하던 그에게 손을 내민 팀도 KT다. 지도자 커리어를 1군에서 시작하도록 배려한 것까지 모두 이강철 감독과 KT가 그에게 기회를 줘서다. 이에 박 코치 또한 주장 출신답게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까지 자청하고 있다.
그는 “은퇴 후 또 다른 위치에서 야구를 배울 수 있었지만, (KT로부터) 받기만 하고 가는 느낌이 있었다. 그때 감독님, 단장님 모두 ‘네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하셨다. 내가 뭐라고…. 난 참 복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단과 소통 면에서도 감독님께서 경기를 좀 더 수월하게 운영하시게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크다. KT에서, 또 감독님과 계속 야구하게 돼 좋다”고 덧붙였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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