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곽빈. 미야자키(일본)|강산 기자

두산 곽빈. 미야자키(일본)|강산 기자



두산 베어스 곽빈(25)은 지난해까지 와인드업 시 왼발을 높게 드는 키킹 동작을 취했다. 이 같은 투구폼에서 나오는 시속 150㎞대 강속구는 스피드와 회전수에서 모두 리그 최정상급이었다. 지난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두산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비결이다.

그러나 올해는 키킹 동작에 변화를 가미하려고 한다. 일본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에서도 그 작업에 여념이 없다. 25일 히무카구장에서 라이브피칭을 진행한 그의 키킹 동작은 종전보다 한결 간결해진 모습이었다. 마치 세트포지션 자세를 연상케 했다. 이를 두고 곽빈은 “불필요한 힘을 쓰지 않기 위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곽빈은 2022년 27경기에서 8승9패, 평균자책점(ERA) 3.78을 기록하며 선발진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특히 그해 후반기 11경기에선 5승2패, ERA 2.98의 호성적을 거뒀고, 흐름을 2023시즌까지 이어갔다. 2023시즌 30경기에서 12승7패, ERA 2.90으로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데 이어 2024시즌에는 데뷔 첫 15승(9패·ERA 4.24)까지 챙겼다. 선발진이 완전히 무너진 가운데 홀로 로테이션을 지탱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진 않았다. KT 위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선발등판해 1이닝 만에 5안타 2볼넷 4실점으로 무너진 게 결정적이었다. 정규시즌에도 잘 던지다가 한순간 무너지는 모습이 불만족스러웠다. 안정감을 2025시즌의 성공을 위한 키워드로 꼽은 것도 그래서다. 키킹 동작을 간결하게 바꾼 이유다.

곽빈은 “불필요한 힘을 버리고자 했다. 내 구위와 제구를 믿고 던져야 할 것 같다”며 “이제는 안정적으로 전력투구를 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 지난 2시즌 동안 잘해왔던 것을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되겠지만, 나는 아직 시간도 많고 나이도 많지 않으니 이렇게 변화를 주는 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4시즌의 가장 큰 수확은 큰 부상 없이 선발로테이션을 돈 것이다.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고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한(127.1이닝) 2023시즌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씻어냈다. 올해도 최고의 몸 상태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곽빈은 “다행히 몸이 잘 만들어지고 있다”며 “기초군사훈련으로 인해 약 3주간 운동을 제대로 못 했다. 갑자기 컨디션을 끌어올리면 잔부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큰 문제가 없다. 트레이닝파트와 코치님들께서 프로그램을 잘 짜주신 덕분”이라고 고마워했다. 그는 3월 2일 롯데 자이언츠와 연습경기에 선발등판해 구위를 점검할 예정이다.

‘팀 퍼스트’ 정신도 그대로다. 곽빈은 “지난해에도 든든한 투수들이 있었지만, 올해는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더 풍부한 선수들이 와서 팀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내 개인 목표보다 팀이 우선이다. 2023년 5위, 지난해 4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는데, 올해는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내 자리에서 잘하는 게 목표다. 나도 지난해 좋지 않았던 부분을 개선한다는 느낌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야자키(일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