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은 정규리그 우승을 되찾기까지 많은 곡절을 겪었다. 25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IBK기업은행과 홈경기 승리 직후 기쁨을 나누는 흥국생명 선수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우승을 되찾기까지 많은 곡절을 겪었다. 25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IBK기업은행과 홈경기 승리 직후 기쁨을 나누는 흥국생명 선수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흥국생명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도 롤러코스터처럼 굴곡졌다. 매 시즌 우승 후보지만, 통합우승에 도전할 자격을 다시 거머쥐기까지 과정은 분명 순탄치 않았다. 당장 개막 이전 상황부터 어두웠다.

●전망

시즌 전 전망은 밝지 않았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역시 우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우선 포스트시즌(PS) 진출부터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자신감을 잃게 만든 과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2시즌 동안 통합우승을 눈앞에서 놓치거나, 막판 뒷심 부족으로 챔피언 결정전 직행에 실패했다.

외국인선수, 아시아쿼터 선수 운마저 없었다. 7개 팀 중 6순위로 뽑은 투트쿠는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당시 저조했다. 그와 튀르키예리그 시절 맞붙은 적이 있는 아본단자 감독이 기억에 근거해 뽑았다. 설상가상으로 아시아쿼터 미들블로커(센터) 황루이레이(4순위)는 기량 미달로 개막 직전 교체됐다.

●반전

흥국생명은 지난해 10월 19일 개막전에서 라이벌 현대건설을 제압한 이후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인 14연승을 질주했다. 투트쿠가 공·수에 걸친 맹활약으로 자신에게 붙은 물음표를 지웠다. 세터 이고은, 리베로 신연경 등 이적 선수들 또한 전력 안정화를 이끌었다. 부담을 던 간판 공격수 김연경은 한층 더 위력을 떨쳤다.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왼쪽)과 김연경.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왼쪽)과 김연경. 스포츠동아DB


●위기

지난해 12월 17일 정관장전이 변곡점이었다. 흥국생명은 연승 기록을 늘리려다 덜미를 잡혔다. 이날부터 3연패에 빠졌다. 이른바 ‘연승 후유증’이었다. 공교롭게 투트쿠 또한 이날 경기 도중 왼 무릎을 다쳐 전열을 이탈했다.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자, 다니엘레 투리노 수석코치가 고희진 정관장 감독을 비신사적으로 도발해 징계를 받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28일 GS칼텍스와 3라운드 최종전에서 연패는 끊었지만, 4라운드 첫 3경기 동안 하위권 팀들에 고전했다. 3연속 풀세트 접전 속에 1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다행히 2위도 부진해 1위를 빼앗기진 않았다. 당시 김연경은 “지금 이 시기가 올 시즌 최대 위기”라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4라운드 중반부터 김연경(가운데)을 중심으로 반등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은 4라운드 중반부터 김연경(가운데)을 중심으로 반등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스포츠동아DB


●반등

흥국생명은 다시 변곡점을 만들었다. 1월 16일 페퍼저축은행전 승리가 기점이었다. 이날 투리노 코치가 복귀해 전술 구성에 다시 힘을 보탰다. 정윤주, 투트쿠도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해 김연경과 삼각편대를 이뤘다. 더 이상 김연경에게만 의존해 득점 루트를 찾는 팀이 아니었다. 이날부터 흥국생명은 이달 25일 IBK기업은행전까지 다시 11연승을 달렸다. 정규리그 우승은 사실상 이 기간 결정됐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