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가운데)이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 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선거‘에서 회장으로 당선된 뒤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정몽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가운데)이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 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선거‘에서 회장으로 당선된 뒤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제55대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선거가 치러진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은 오후 내내 열기에 휩싸였다. 2013년 제52대 회장 선거에서 정몽규 현 회장이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 김석한 인성하이텍 회장, 윤상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꺾고 당선된 이후 12년 만에 치러진 경선이라 축구계의 관심이 컸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축구계에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다. 재임 기간 승부조작 가담자에 대한 기습 사면을 시도하는 등 비판을 자초한 정 회장이 4연임에 도전하자, 변화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자연스레 범야권의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와 허정무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등장에 기대를 거는 이가 많아졌지만, 반대로 급진적 변화 역시 우려를 낳았다.

선거가 한 차례 연기되면서 축구계는 혼란에 빠졌다. 애초 지난달 8일 열릴 예정이던 선거는 허 전 감독이 낸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연기됐다. 축구계는 이달 8일 선거 일정이 다시 확정되기까지 1개월 동안 표류했다.

혼란 속에서도 축구계는 회장 선거를 향한 관심을 내려놓지 않았다. 12년 전과 달리 유권자가 24명에서 192명으로 크게 늘어 축구계 민심을 종전보다 더 반영할 수 있었다. 축구계 각 단체 임원, 심판, 선수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은 이날 전국 각지에서 축구회관을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대면 투표임에도 투표율이 무려 95.31%(183표)에 이르렀다. 일부 팬들도 축구회관 앞에서 선거 분위기를 엿볼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기대와 우려가 충돌해 어수선한 분위기를 보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각 후보자 캠프에서도 네거티브 공세나 마찰 없이 선거를 잘 마쳤다. 한 캠프 관계자는 “선거 재개 후 선거인단이 95% 이상 바뀌었다. 선거운동을 다시 해야 해 부담이 컸지만, 축구계 여론을 더욱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당선인이 누구냐를 떠나서 이번 경선을 통해 축구계가 다시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를 마친 선거인단은 밝은 표정으로 축구계의 변화를 기대했다. 한 구단 대표이사는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모두 축구계 발전을 위한 공약을 제시했다.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더라도 당선인이 꼭 공약을 지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K리그 한 구단 감독 역시 “시즌 중 서울과 연고지를 오가는 게 부담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축구계 분위기가 다시 밝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