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리포트] ‘두산 1선발’ 콜 어빈은 왜 시범경기 첫등판서 주무기 봉인했나

두산 콜 어빈. 대구｜뉴시스

두산 베어스 외국인투수 콜 어빈(31)은 메이저리그(MLB) 풀타임 선발 경력을 지닌 선수다. 두산이 엄청나게 공을 들여 영입했다. 신규 계약 외국인선수의 연봉 총액 상한선(100만 달러)을 꽉 채운 것에서부터 그를 향한 기대치를 엿볼 수 있다. 일찌감치 1선발로 낙점된 그의 시범경기 첫 등판에도 그만큼 관심이 쏠렸다.

어빈은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등판했다. 결과는 3이닝 1안타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웠다. 최고 구속 150㎞의 강력한 포심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 체인지업을 섞어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일본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 때는 제구에 아쉬움을 드러냈으나, 이날은 10명의 타자를 상대로 8차례나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는 등 탁월한 컨트롤을 보여줬다.

눈에 띄는 점은 이날 어빈이 주무기를 봉인한 것이다. 그는 빠른 공뿐 아니라 커터, 체인지업, 스위퍼,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 그러나 이날은 커터, 스위퍼, 커브를 1개도 던지지 않았다. 반대로 생각하면 직구 계열의 구종만으로도 충분한 위력을 보여줬다는 얘기다. 적장인 박진만 삼성 감독 역시 “두산이 좋은 투수를 데려왔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유는 분명했다. 불필요한 전력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작은 틈도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어빈은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무기를 던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산은 28~30일 잠실구장에서 삼성과 홈 개막 3연전을 치르는데, 로테이션상 이 중 한 경기에 어빈이 선발등판할 전망이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11일 삼성전을 앞두고 “삼성은 2주 뒤에 만나야 할 팀이다. 투수코치에게 ‘굳이 주무기를 노출하는 것보다 단순하게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정규시즌 준비 과정은 순조롭다. 어빈은 “경기 감각은 계획대로 잘 올라오고 있다”며 “미야자키 캠프에선 조정에 초점을 맞췄지만, 지금부터는 달라야 한다. 준비 과정이 나쁘지 않은 만큼 (정규시즌) 첫 등판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대구｜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