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대 동문 인연… “한국, 美 투자 최다국 중 하나” 협상 여지 시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미시간주 현지시각 10일 오후 미시간대 포드스쿨에서 스티븐 비건 前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미시간주 현지시각 10일 오후 미시간대 포드스쿨에서 스티븐 비건 前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방미 이틀째를 맞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0일(현지시간) 오후, 당초 예정에 없던 스티브 비건 전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전격적으로 만났다. 이는 이틀간의 숨 가쁜 관세 외교 행보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비건 전 대표는 조셉 윤 전 주한미국대사에 이어 트럼프 1기 정부의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역임하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2019년 1월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스웨덴에서 ‘합숙 담판’을 벌였던 핵심 북핵 협상가다. 이후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하며 트럼프 1기 정부 외교 라인의 핵심 인사로 활동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미시간주 현지시각 10일 오후 미시간대 포드스쿨에서 스티븐 비건 前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미시간주 현지시각 10일 오후 미시간대 포드스쿨에서 스티븐 비건 前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김동연 지사와 비건 전 대표는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비건 전 대표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국무부 부장관으로 활동하던 당시 한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고, 김동연 지사는 경제부총리로서 트럼프 1기 정부 인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다. 더욱이 비건 전 대표는 김 지사와 같은 미시간대학교 동문으로, 이날 회담 장소 또한 미시간대학교 포드 공공정책대학원 5층 강의실이었다.

실제로 비건 전 대표는 김동연 지사를 만나자마자 “대북정책 특별대표 시절에 한국의 경제부총리가 미시간대 출신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말씀만 많이 듣다가 여기서 뵙게 됐다”며 각별한 친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김 지사의 대선 출마 소식을 들었다.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행운을 빈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미시간주 현지시각 10일 오후 미시간대 포드스쿨에서 스티븐 비건 前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미시간주 현지시각 10일 오후 미시간대 포드스쿨에서 스티븐 비건 前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하지만 이번 만남의 주된 목적은 단순한 친목 도모가 아니었다. 비건 전 대표는 트럼프 1기 정부에 합류하기 전, 미시간주에 위치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 포드에서 약 15년(2005~2018) 동안 수석부사장으로 재직하며 포드의 무역 전략 및 정치적 리스크 등을 평가하고 감독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김동연 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비건 전 대표에게 자동차 관세 문제에 대한 전략적인 조언을 구하기 위해 이번 만남을 추진한 것이다.

김동연 지사는 “자동차 산업은 미시간주와 경기도 모두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핵심 산업”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의 자동차 관세 장벽을 효과적으로 돌파해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의견을 비건 전 대표에게 질문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미시간주 현지시각 10일 오후 미시간대 포드스쿨에서 스티븐 비건 前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미시간주 현지시각 10일 오후 미시간대 포드스쿨에서 스티븐 비건 前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이에 비건 전 대표는 “지난 10년간 한국은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단행한 국가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여전히 자동차 관세 문제에 대한 협상의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어느 정도 수준에서 한국 제조업체들은 이미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하며, “현대자동차가 조지아주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행위는 사실상 미국산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관세를 낮추는 데) 매우 설득력 있는 핵심 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비건 전 대표는 ‘시장이나 미국 내 여론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경우’를 협상 여지가 더욱 커지는 중요한 변수로 내다봤다.

김동연 지사가 바로 직전 일정이었던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의 회동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자, 비건 전 특별대표는 “경기도지사와 미시간 주지사가 긴밀하게 협력한다면, 세계 10대 자동차 기업들 중 아마도 상위 5개 기업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회담의 잠재적인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휘트머 주지사는 2028년 미국 대선 유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미국 정치권 내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미시간주 현지시각 10일 오후 미시간대 포드스쿨에서 스티븐 비건 前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미시간주 현지시각 10일 오후 미시간대 포드스쿨에서 스티븐 비건 前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한편, 이날 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도 이루어졌다. 김동연 지사는 “현재 북한과의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이러한 현 상황에 대한 비건 전 대표의 객관적인 평가를 듣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비건 전 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한국 정부와 진정으로 소통하려고 할지 의문스럽다”고 다소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에 뚜렷한 변화 국면이 나타나야 북한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올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신중하게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언제든 열려 있기 때문에, 예상외로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이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를 전제로 협상에 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진지한 대화가 이어지던 중, 미시간대학교 포드 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이 직접 강의실을 찾아와 “이렇게 자랑스러운 졸업생 두 분이 각자의 나라 정부에서 훌륭한 일을 하시다가, 이곳 미시간대학교에서 다시 만나시다니 정말 감격스럽고 멋진 광경이다. 미시간대학교 만세!”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도 포착되었다.

이번 미시간대학교에서의 비건 전 대표와의 의미 있는 회동을 끝으로, 김동연 지사는 숨 가빴던 이틀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번 미국 방문에 도청 간부 중에서는 프랑스 대사를 역임한 유대종 국제협력특별보좌관과 대변인 두 명만을 대동하고, 수행비서관을 포함한 실무 인력까지 총 10명의 최소 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 순방길에 올랐다. 김동연 지사는 ‘48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미시간주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 9곳의 임직원들과 연이어 만나 현장의 생생한 애로사항을 상세히 청취하고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의 회동에서 경기도와 미시간주의 자동차 관세 공동 대응을 위한 4개항의 전략적 연대 합의를 이끌어내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48시간’ 동안의 숨 가쁜 자동차 관세 외교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동연 지사는 12일(한국시간)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경기|장관섭·박병근 기자 localcb@donga.com


장관섭 스포츠동아 기자, 박병근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