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김진규가 6일(한국시간) 바스라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 김진규가 6일(한국시간) 바스라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K리거들의 인상적인 활약이 한국축구의 11회 연속, 통산 12번째 월드컵 본선진출에 엄청난 힘이 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바스라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9차전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5승4무, 승점 19를 마크해 일본, 이란에 이어 아시아 3번째로 북중미행을 확정했다.

운명의 승부를 앞두고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고민은 상당히 컸다. 전력의 핵심인 유럽파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발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황희찬(울버햄턴)은 팀 훈련만 소화했을 뿐 실전감각에 물음표가 찍힌 상태였다. 시즌 내내 혹사 당한 ‘수비의 핵’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소집 명단에서 완전히 제외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홍 감독은 큰 결심을 했다. 치열한 논의 끝에 K리거들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이라크 원정 직후 쿠웨이트와 홈경기가 열린다는 점, 그로 인한 역시차 우려로 선수단 이원화까지 조심스레 염두에 뒀지만 승점 1만 확보해도 될 이라크전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고, 현 시점에서 몸상태와 경기력이 가장 좋은 K리거들을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올 시즌 거스 포옛 감독의 부임과 함께 ‘확 달라진’ 전북 현대를 주목했고, ‘다용도 미드필더’ 김진규를 복귀시킨 한편 K리그1 득점 선두(11골)를 달리는 윙포워드 전진우를 처음 선발했다.

선택이 주효했다. 손흥민이 출전 명단에서 제외된 이라크전에서 나란히 후반 교체 투입된 둘은 출중한 플레이로 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전반전에 경고를 받은 박용우(알아인)를 대신한 김진규는 볼 배급에도 정성을 쏟았을 뿐 아니라 해결사 역할까지 해냈다.

후반 18분 손흥민의 자리에 배치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연결한 패스를 문전 한복판에서 받은 김진규는 상대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깔끔하게 차 넣어 골망을 출렁였다. 9번째 A매치에서 터진 3호골. 2022년 7월 27일 일본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이후 3년여 만의 A매치 복귀전에서 한국에 월드컵 본선티켓을 안기는 득점포를 가동하며 의미는 훨씬 컸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된 김진규는 “어려운 곳에 와서 대표팀이 원한 목표를 이루게 돼 다행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전진우도 반짝였다. 요즘 가장 폼이 좋고 골 감각까지 대단한 그는 후반 28분 이재성(마인츠) 대신 그라운드를 밟으며 꿈에 그려온 A매치에 데뷔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기량을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투입 3분 만에 첫 슛을 날린 그는 후반 37분 ‘특급 도우미’로 나섰다.

황인범(페예노르트)이 이라크 수비진을 허물어트리고 정확하게 찔러준 패스를 잡고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전지우는 정확하고 낮은 크로스를 배달했고, 이를 문전 쇄도한 오현규가 밀어 넣었다. 과거 수원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은 공격 콤비가 동점골을 위해 사력을 다한 이라크의 마지막 희망을 꺾어버린 순간이었다.

축구대표팀 전진우가 6일(한국시간) 바스라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경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 전진우가 6일(한국시간) 바스라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경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