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반려견 쿵이와 망중한을 보내고 있는 신성우 작가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반려견 쿵이와 망중한을 보내고 있는 신성우 작가




신성우 2인극집 : 폭설 外
신성우 저 | 평민사
희곡이란 장르는 무대 위에서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 하지만 ‘읽는 희곡’은 또 다른 차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극작가 신성우가 첫 희곡집 ‘신성우 2인극집: 폭설 外(평민사)’를 펴냈다. 2013년 말, 늦깎이로 데뷔해 어느덧 극작가 12년 차를 맞은 그가 선보인 이번 작품집에는 2인극으로 구성된 여섯 편의 극본이 실려 있다.
희곡집 말미에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평론가 배인철의 해설 ‘치열하게 삼투하는 언어’가 실려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표제작 <폭설>은 역무원 갑수와 신입직원 현택의 충돌로 시작된다. 이들의 갈등은 눈보라처럼 거세고, 눈덩이처럼 커져간다. 도입부에 배치된 복선(탈주범을 알리는 라디오 뉴스)은 한바탕 활극을 예고하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눈에 덮인 시체가 발견되는 대목에서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범인을 추리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공원 벤치가 견뎌야 하는 상실의 무게>는 제목부터 인상적이다. 언어유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간 내면의 상실과 기억, 감정의 질서를 포착해낸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흔드는 심리 드라마로, 철학적 주제를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위작 논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예술과 법, 감정과 논리, 그리고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묻는다. 이 문제의식은 후속작 <젊은 예술가의 반쪽짜리 초상>으로 이어지는데, 이 작품은 진실게임 연작의 2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남작부인>은 현실과의 접점을 끊고 자신의 환상 속에서만 살아가는 두 인물을 다룬다. 로사와 남작부인은 비슷하면서도 어쩐지 대척점에 서 있는 듯하다.

● 신성우라는 장르, 거대한 문학적 실험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수학한 신성우 작가는 2002년 단편영화 <사돈>에서 연출과 시나리오를 맡으며 첫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영화, 연극, 뮤지컬, 오페라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서사를 쌓아왔다.

대표작으로는 이번 희곡집에 수록된 작품들 외에도 연극 ‘적의 화장법’, ‘안나K’, ‘태극기가 바람에’, ‘고향마을’, ‘산책’, ‘마녀’, 뮤지컬 ‘꿈이 없어도 괜찮아’, ‘마이너리그’, ‘하우스키핑’, ‘정크푸드 크리스마스’, 오페라 ‘3과 2분의 1 A’, ‘새가 숨는 집’, ‘끝나지 않은 이야기’ 등이 있다.

‘신성우 2인극집: 폭설 外’는 극작가의 희곡 모음집을 자주 넘어선다. 그것은 ‘2인극’이라는 제한된 무대 위에서 무제한의 감정과 진실, 존재를 묻는 거대한 문학적 실험이기도 하다.
무대보다 치열한 창작의 자리에서 말의 여백까지 책임지는 작가, 신성우의 여정을 오래 응원하고 싶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