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는 ‘아프리카 바로 알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라는 질병명이 특정 대륙을 질병과 연관 짓는 낙인 효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해당 명칭의 변경을 촉구하는 시민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반크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질병명 속에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바로잡고자 하며, 질병관리청, 농림축산검역본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 관계 기관에 ▲지리적 명칭이 포함된 병명에 대한 공식 검토 착수, ▲병리학적 특성을 반영한 중립적 명칭으로의 전환, ▲국제 작명 원칙에 기반한 명칭 지침 마련 등의 조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병명이 특정 대륙을 질병과 연결 지어 낙인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반크는 이 명칭을 병리학적 특성을 반영한 중립적 명칭인 ‘Hemorrhagic Swine Fever’ 또는 ‘ASF-type Swine Disease’ 등으로 변경하자는 시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펼친다.

‘아프리카 바로 알리기’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대륙이 오랫동안 ‘질병·빈곤·분쟁’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고착된 현실을 바로잡고, 보다 균형 잡힌 시각에서 아프리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프로젝트다. 이번 ASF 병명 변경 캠페인은 아프리카를 질병의 상징처럼 여기는 언어적 표현에 내재된 무의식적 차별을 성찰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실천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영남권 산불 여파로 멧돼지 서식지가 변화하며 ASF의 전국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ASF는 감염 시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하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으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양돈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2019년 이후 국내에서는 43개 지역에서 ASF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발견되며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SF는 1921년 케냐에서 처음 보고되었으며, 아프리카 혹멧돼지로부터 전파되어 현재의 명칭이 붙었다. 그러나 이 질병은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 전 세계로 확산하였음에도 여전히 ‘아프리카’라는 대륙명이 병명에 남아 있어, 특정 지역과 질병의 연관성을 고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명명 관행은 국제사회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반복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발표한 ‘질병 명명 가이드라인’에서 질병명에 사람, 지역, 동물, 식품, 문화, 인종, 직업 등 특정 정체성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잘못된 명명이 불필요한 공포와 혐오, 경제적 피해와 사회적 낙인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09년 멕시코에서 처음 유행한 인플루엔자는 ‘멕시칸 플루’에서 ‘H1N1’으로, 초기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코로나19는 ‘COVID-19’로 공식 명명되며 지역명 기반 병명 사용의 문제점을 바로잡은 사례로 남았다.

하지만 ASF를 비롯해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 ‘크리미안 콩고 출혈열(Crimean-Congo Hemorrhagic Fever)’, ‘아프리카마역(African Horse Sickness)’ 등은 여전히 지명과 결합된 병명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특정 지역과 인종을 질병과 연관 짓는 무의식적 편견과 낙인을 지속해서 재생산하는 요인이 된다.

반크는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ASF 병명 변경 캠페인’을 본격 전개하며, 포스터, 카드뉴스, 인스타그램 콘텐츠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AfricaIsNotADisease’, ‘#아프리카는병명이아니다’ 등의 해시태그로 대중 인식 개선과 시민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질병명은 단순한 용어가 아니라, 우리가 특정 지역과 문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라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명칭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질병과 연결 짓는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국제사회가 공존과 존중의 가치를 지향한다면, 질병명을 포함한 언어 표현부터 그에 걸맞은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이번 캠페인이 세계 시민들이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시선에 작은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캠페인을 기획한 정인성 반크 청년연구원은 “질병명은 단순한 명칭을 넘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타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며 “특정 대륙이나 지역을 연상시키는 병명은 그 자체로 편견과 낙인을 고착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세계보건기구가 질병명에 지리적 명칭 사용을 지양하라고 권고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ASF 역시 병리학적 특성을 반영한 중립적 이름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병명을 바꾸는 것을 넘어,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성찰과 연결된다. 반크는 앞으로도 질병명을 비롯해 지도, 교과서, 미디어 표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반복되는 아프리카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로잡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며, 질병관리청, 농림축산검역본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 관계 기관이 WHO의 작명 원칙에 따라, 특정 지역명을 포함하지 않는 더 중립적이고 포용적인 질병명 사용을 검토해 나갈 것이다.

아프리카가 더 이상 질병의 상징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제도와 언어, 교육이 함께 바뀌는 종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반크의 입장이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전 세계 2억 한류 팬덤의 힘을 활용해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잠재력 알리기를 위해 글로벌 우분투 홍보대사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우수 정책을 한류 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해 ‘울림’과 ‘열림’이라는 국가정책 제안·소통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한국 정책을 세계에 소개하고, 글로벌 인식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반크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한류의 외연을 역사 전반과 국가정책 분야까지 확장하고, 나아가 ‘K-정책 한류’라는 새로운 흐름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을 아시아의 중심이자 동북아의 관문, 세계와 꿈과 우정을 나누는 글로벌 리더 국가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