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백 4초·1m 도강… 디펜더 옥타, SUV 성능의 정점을 찍다

“635마력 V8 엔진과 ‘옥타 모드’로 무장한 디펜더 옥타가 고속 험로 주행 성능을 선보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635마력 V8 트윈터보 엔진，제로백 4.0초，최대 1m 도강 능력. 랜드로버의 새로운 고성능 SUV ‘디펜더 옥타(OCTA)’는 수치 하나하나가 도전적이다. 외관은 전통의 디펜더를 그대로 따르지만, 성능은 완전히 새롭게 진화했다. 유압식 6D 다이내믹스 서스펜션으로 온로드에서의 민첩한 핸들링과 오프로드에서의 안정성을 모두 확보했으며, ‘옥타 모드’와 전자식 디퍼렌셜 락은 바위와 물길을 마치 포장도로처럼 쉽게 넘나들게 만든다. 디펜더 옥타는 단순한 고성능 SUV를 넘어, 전통과 혁신, 온로드와 오프로드의 경계를 지워내며 SUV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온로드를 지배하는 정교함
안성 죽산면 옛 채석장. 굵은 자갈과 붉은 먼지가 흩날리는 비포장 트랙 한가운데, 디펜더 옥타(OCTA)의 웅장한 실루엣이 위용을 드러냈다. 전통의 디펜더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전용 범퍼, 블랙 하이글로시 그릴, 포스퍼 브론즈 악센트로 강인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갖춘 옥타는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동을 거는 순간 4.4ℓ V8 트윈터보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이 낮은 울림을 내뿜는다. 최고출력 635마력, 최대토크 76.5kg·m. 스펙만으로도 ‘슈퍼 SUV’라는 수식이 어색하지 않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2.6톤이 넘는 육중한 차체는 믿기 힘들 만큼 빠르게 반응하며 박차고 나갔다. 제로백 4.0초. SUV의 무게감과 공기 저항을 고려할 때 거의 슈퍼카급 가속력이다.

이번 시승은 공도와 오프로드 코스를 모두 포함했다. 일반 도로 구간에서는 부드러운 승차감과 정숙성이 먼저 인상 깊었다. 특히 서스펜션 시스템은 기대 이상이다. 디펜더 최초로 탑재된 유압식 6D 다이내믹스 서스펜션은 네 바퀴를 유압 라인으로 연결해 차체의 롤링과 피칭을 능동적으로 제어한다. 급격한 차선 변경이나 고속 코너에서도 차체가 수평을 유지하며, SUV 특유의 흔들림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제동 성능도 뛰어났다. 전륜 6피스톤 모노블록 캘리퍼와 400mm 브렘보 디스크는 폭발적인 가속 이후에도 제동력에 대한 불안감을 전혀 느끼지 않게 했다. 스티어링 응답도 빠르고 정밀했다. 이전 디펜더보다 14% 향상된 기어비 덕분에 무게 중심이 높은 차체임에도 민첩한 조향이 가능했다.

도강 코스를 주행하고 있는 디펜더 옥타. 스포츠동아DB

●극한 오프로드의 제왕
오프로드 구간에 들어서자 진가가 더욱 뚜렷해졌다. ‘옥타 모드’를 활성화한 뒤, 급경사 언덕과 자갈 구간, 범피 코스를 통과하는 시점부터는 SUV의 개념이 재정의되는 순간이었다. 진입각 40도, 이탈각 42도, 최대 도강 수심 1m에 달하는 성능은 웬만한 장애물을 마치 평지처럼 넘어섰다.

바위와 수로가 교차하는 구간에선 ‘클리어사이트 그라운드 뷰’ 기능이 빛을 발했다. 앞바퀴 아래의 지형을 차량 전면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이 기술은 시야 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큰 도움을 준다. 그야말로 드론 시점의 시각이 계기판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실내에선 ‘바디 앤 소울 시트’가 이목을 끈다. 사운드와 진동을 결합한 센서가 시트에 탑재돼 음악에 맞춰 몸에 진동을 전달하며 긴장을 풀어준다. 오프로드의 강한 충격과 긴장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탑승자의 감성까지 자극한다. 퍼포먼스 시트는 급격한 차체 기울기에도 상체를 단단히 고정해줬고，레그룸과 헤드룸은 넉넉하게 설계돼 장시간 주행에도 피로감이 적었다.

이날 함께 시승한 ‘디펜더 130 캡틴 체어스’ 모델은 옥타와는 성격이 확연히 달랐다. 여유 있는 7인승 공간과 독립된 2열 시트는 가족 단위 소비자를 위한 선택지다. 고속 와인딩 구간에서는 옥타보다 확실히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전달했다.

디펜더 옥타는 단순히 빠르고 강한 SUV가 아니다. 정통 오프로더의 유산 위에 하이엔드 성능과 첨단 기술을 정밀하게 쌓아올린 결과물이다. AMG G 63보다 뛰어난 오프로드 실력, 레인지로버 스포츠 SV에 필적하는 온로드 퍼포먼스, 그리고 그 어느 모델보다 확고한 정체성까지 갖춘 슈퍼 SUV다.
안성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