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진우(오른쪽)가 2일 서울과 코리아컵 8강전 원정경기에서 김주성을 상대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전진우(오른쪽)가 2일 서울과 코리아컵 8강전 원정경기에서 김주성을 상대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오직 오늘만 집중한다”

전북 현대 거스 포옛 감독(우루과이)은 취재진의 모든 질문에 ‘오늘(today)’을 붙여 답했다. 그가 강조한 높은 집중력이 실점을 막았고, 득점, 그리고 승리까지 이어졌다.

전북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8강 원정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전북은 같은 날 대구FC를 2-1로 꺾은 강원FC와 다음 달 20일과 27일,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준결승을 치른다. 이날 열린 또 다른 8강전에서는 광주FC가 울산 HD를 1-0으로 꺾고 4강에 올랐고, 부천FC는 김포FC를 3-1로 제압했다.

경기 전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렸다. 서울은 최근 팀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기성용의 포항 스틸러스 이적이 확정 단계에 이르며 팬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서울에서 최근 전력 외로 분류된 기성용은 경기를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기를 원했고, 포항이 그의 영입을 결정했다.

팬들의 분노는 구단과 김기동 감독을 향했다. 기성용의 이적소식에 서울 팬들은 구단이 기성용을 홀대했다며 클럽하우스에 근조화환을 보내고, 모기업 앞에서 트럭 시위까지 벌였다. 지난달 29일 열린 포항과 K리그1 21라운드 홈경기에서는 4-1 대승에도 불구하고 ‘김기동 나가’라는 팬들의 구호가 경기장을 뒤덮었다. 선수단 분위기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반면 전북은 최근 리그와 코리아컵을 포함해 19경기 연속 무패 행진(15승4무)을 이어갔다. 리그에서는 1위(13승6무2패·승점 45)를 질주 중이다. 전력과 분위기 모두 전북이 서울에 앞섰다.

하지만 포옛 감독은 오직 오늘만 바라봤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포옛 감독은 모든 대답에 ‘오늘’을 붙이며 서울전만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면, 한없이 기분이 좋다. 그러나 오늘만 바라본다. 서울과 코리아컵 8강전에만 집중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체감온도 28도, 습도 86%의 무더위 속에서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됐다.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극심한 더위에 몸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양 팀 모두 투지를 앞세워 경기를 펼쳤다. 전반전은 서울이 주도했지만, 전북은 골키퍼 김정훈의 활약에 힘입어 무실점을 지켰다.

포옛 감독이 강조한 집중력을 끝까지 지킨 전북은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42분 전북의 역습 상황에서 강상윤의 패스를 받은 송민규가 박수일을 앞에 두고 몸동작으로 방향을 속인 뒤 침착하게 왼발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서울을 넉다운시킨 한 방이었다.

상암|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상암|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