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줄컷 : 델몬트의 마지막 캔은 파산이었다
통조림 과일과 오렌지 주스로 전 세계인의 냉장고를 점령했던 미국 식품업체 델몬트 푸즈가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139년 전통의 식품 브랜드, 델몬트의 본사가 더 이상 자력으로 회사를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과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델몬트 푸즈는 미국 뉴저지 파산법원에 연방 파산법 ‘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모든 자산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챕터11은 기업이 법원의 감독 아래 영업을 지속하며 부채를 재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델몬트 푸즈는 현재 자산과 부채가 각각 10억100억 달러(약 1조3500억13조5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파산 절차 동안 회사를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9억1250만 달러(약 1조2400억 원) 규모의 운영 자금도 확보한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델몬트는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소비자 증가에 맞춰 통조림 식품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팬데믹이 끝나고 건강한 식습관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급속히 퍼지며 방부제가 들어간 통조림 수요는 급감했다. 재고는 창고에 쌓였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자회사의 구조조정으로 퇴직금, 서비스 비용 등 일회성 지출이 늘었고, 지난 5년간 연간 이자비용은 두 배 가까이 증가해 1억25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레그 롱스트리트 최고경영자(CEO)는 “법원 감독 아래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회생 속도를 높이고,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델몬트 푸즈를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델몬트는 188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돼 통조림 과일과 채소, 육수 브랜드 ‘칼리지 인’, 통조림 토마토 브랜드 ‘콘타디나’ 등을 운영해왔다. 2014년부터는 필리핀 본사의 델몬트 퍼시픽 산하 미국 자회사로 편입됐다.

한국 소비자에게 델몬트는 ‘국민 물병’으로 불렸던 오렌지 주스 유리병 브랜드로 각인돼 있다. 1992년 국내 시장에 진출해 ‘한국델몬트후레쉬프로듀스’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다. 회사 측은 “일부 해외 자회사는 이번 파산보호 절차에 포함되지 않으며, 평소처럼 계속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