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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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한 고등학교 여교사가 SNS를 통해 학생에게 음란 메시지를 받은 사건이 교권 침해로 인정되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사 단체는 “디지털 성폭력조차 교권 침해로 보지 않는 결정”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사건은 지난 6월 중순, 전북의 한 고등학교 교사 A씨가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운영하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시작됐다. 어느 날 A씨는 익명의 계정으로부터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받았다. 메시지에는 성기 사진과 성적인 언급이 담겨 있었으며, 열람 즉시 삭제되는 일명 ‘1회 표시’ 기능이 설정돼 있었다.

해당 기능은 실시간으로 촬영한 사진에만 적용 가능했고, 이는 누군가 고의적으로 자신의 성기를 찍어 전송한 것으로 추정된다. 증거 확보는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며칠 뒤 A씨는 학생들 사이에 해당 사건이 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해 학생이 친구들에게 자신이 벌인 일이라고 말하고 다닌 것이다. 이후 학생은 A씨에게 범행을 시인하며 “선생님을 좋아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A씨는 극심한 충격을 받았고, 학교 측에 이 사실을 즉시 알렸다. 학교는 A씨와 학생을 분리 조치한 뒤, 해당 사안을 교육 활동 침해로 간주하고 교육지원청에 보고했다. 그러나 관할 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는 가해 학생의 행동이 ‘교육활동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메시지를 보낸 시점이 수업 외 시간이었고, SNS는 사적 공간이라는 것이었다.

이 같은 결정에 전북교사노동조합과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전북교총)는 강하게 반발했다. 전북교사노조는 성명을 내고 “교사의 인격과 권위를 무너뜨린 명백한 디지털 성폭력임에도 교권보호위원회는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사건은 교원지위법과 교육부 지침 어디에서 보더라도 명백한 교육활동 침해”라고 지적했다.

전북교총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의 SNS는 단순한 개인 계정이 아니라 학생과의 상담, 교육 목적 소통 채널이었다”며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교육당국의 시대착오적 인식을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오준영 전북교총 회장은 “교육부 매뉴얼에는 퇴근 후 통신매체를 통한 음란행위도 교육활동 침해로 명시돼 있다”며 “교보위의 결정은 스스로 지침을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가해 학생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교사 A씨는 해당 학생을 고소하고, 교보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한편 전북교육지원청은 교보위의 결정에 대해 “위원회가 숙의 끝에 내린 자율적 판단으로 행정 개입은 어렵다”면서도 “본 사안은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로 보고 해당 고등학교에 학교생활교육위원회 개최 및 선도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필요한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원단체들은 이와 별개로 교권보호위원회의 구성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 위원 비율이 낮고, 디지털 성폭력 등 새로운 유형의 사건을 판단하기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보위의 구성 전면 개편과 교사 위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