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융신  (AP뉴시스)

스융신 (AP뉴시스)



중국 무술 쿵푸의 발원지로 알려진 소림사의 주지 스융신이 사찰 자금 횡령과 불교 계율 위반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27일 소림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스 주지가 사찰 자산을 횡령 및 점유하고, 불교 계율을 중대하게 위반했으며, 오랜 기간 여러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사생아를 낳은 혐의로 현재 관련 부처의 합동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안에 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은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전날부터 중국 SNS를 중심으로 ‘스융신 주지가 체포됐다’는 소문이 퍼지며 논란이 확산된 뒤 나온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소림사는 당초 관련 질문에 대해 확답을 피하다 27일 저녁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 주지가 내연녀 및 자녀들과 함께 해외로 도주하려다 공항에서 붙잡혔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현지 경찰은 “사실이 아니다”며 이를 부인했다.

스융신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약 10년 전에도 복수의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두 딸을 두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사찰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소림사 출신 승려 스옌루 등이 실명을 걸고 스 주지의 비위를 당국에 제보했지만, 허난성 종교사무국은 수개월간 조사 끝에 혐의 없음으로 결론지었다.

2024년에는 스 주지가 방장(주지)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려 한다는 루머가 돌았으나, 소림사는 이를 “사실무근의 날조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안후이성 출신으로 1965년생인 스 주지는 1981년 소림사에 입문한 뒤 1999년 주지로 취임했다. 1998년부터는 허난성 불교협회 회장, 2002년부터는 중국 불교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보유한 그는 쿵푸 공연과 영화 촬영, 기념품 사업, 국내외 쿵푸학원 및 명상센터 설립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벌이며 ‘소림사의 CEO’라는 별칭으로 불려왔다. 웨이보 팔로워 수만 해도 87만명을 넘겼고, 중국 내에서도 가장 유명한 불교 승려 중 한 명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쿵푸 문화를 세계에 알린 주역으로 추앙받는 동시에, 불교의 본래 정신을 상업화로 훼손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이번 조사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소림사의 명성과 상징성을 고려할 때, 스 주지를 둘러싼 이번 의혹은 개인 비위 논란을 넘어 중국 불교계 전체의 신뢰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