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투어’ 바르셀로나, 콩고와 스폰서십 계약에 전 세계는 따가운 눈총

방한 투어 중인 바르셀로나의 라민 야말(왼쪽)과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훈련을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선수단의 훈련복 뒷면에 콩고민주공화국을 홍보하는 문구를 새길 예정이다. 사진출처｜FC바르셀로나 페이스북

일본~한국을 잇는 ‘아시아 투어 에디션’을 진행하고 있는 FC바르셀로나(스페인)가 중앙아프리카 국가인 콩고민주공화국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바르셀로나는 방한 기간 홈페이지를 통해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과 스포츠 혁신과 문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으로 바르셀로나는 2025~2026시즌부터 향후 4년간 선수단 트레이닝복 뒷면에 ’DR 콩고 - 아프리카의 심장(DR Congo - Heart of Africa)‘이라는 문구를 부착하고 홈구장 누캄프에는 콩고민주공화국을 홍보하는 부스(콩고하우스)를 개장하기로 했다.

물론 무료는 아니다. 2028~2029시즌까지 바르셀로나는 최대 4400만 유로(약 700억 원)를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로부터 분할 지급받는다. 이미 첫 시즌에 대한 금액은 입금된 것으로 전해진다. 바르셀로나에겐 굉장히 반가운 돈이다. 누캄프 증축에 샐러리캡 문제 등으로 재정적으로 아주 빠듯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수십년 간 내전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올해 들어 정부군과 투치 반군 M23의 교전이 격화된 가운데 최근 휴전이 이뤄지긴 했으나 안정적이지 않다.

불과 지난달에도 동부 이투리주 코만다시의 한 가톨릭 성당에 무장 괴한들이 침입해서 총을 쏘고 흉기를 휘둘러 미사 중이던 신도 40여명이 숨지고 20여명이 중상을 입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다. 코만다시 당국에 따르면 테러를 저지른 조직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민주군사동맹(ADF)으로 전해진다.

금과 코발트 등 광물이 풍부한 동부 지역에는 M23과 ADF 이외에도 무려 100여개가 넘는 무장반군이 활동하고 있어 정세 불안이 심각하다. 약탈과 테러로 인해 당연히 국민들의 삶은 피폐하다.

이런 상황에서 콩고민주공화국 정부가 바르셀로나에 거액을 투자한 것이다. 당연히 시선이 고울 리 없다. 특히 자국 리그가 수년간 만성적 재정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굳이 유럽클럽에게 투자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반면 정부 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영국 공영방송 ’BBC’를 통해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문화적 다양성과 스포츠 전통을 위한 전시회를 조만간 누캄프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콩고민주공화국 디디에 부딤부 체육부 장관은 ‘BBC’ 인터뷰에서 “바르셀로나와 계약을 통해 여러 종목 선수들을 위한 훈련캠프도 마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바르셀로나는 축구 이외에도 농구, 핸드볼, 롤러하키 등 다양한 종목을 위한 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다.

사실 콩고민주공화국이 유명한 유럽 클럽과 파트너십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AC밀란(이탈리아), AS모나코(프랑스) 등도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다. 부딤부 장관은 “관광 및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콩고민주공화국과 오랜 갈등을 빚어온 인접국가 르완다도 요즘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8년부터 아스널(잉글랜드)과 스폰서십 계약을 맺고 선수들의 셔츠 소매에 ‘
‘Visit Rwanda’라는 문구를 새겼다. 또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도 비슷한 계약을 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