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병따개가? 박규영이 찾은 햄버거 맛집의 디테일

박규영 SNS

박규영이 병뚜껑을 땄다. 그것도 벽에서.
햄버거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따로 있었다. 박규영이 찾은 이 미국(으로 추정되는) 햄버거집 벽엔 빨간 금속 병따개가 박혀 있었다. 몸을 기울이고 병을 ‘탁’ 걸어 따는 동작이 영화의 한 장면스럽다. 그 짧은 찰나의 동작 안에서 미국식 레트로가 철컥 하고 튀어나왔다.

그 병따개,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싶지만 사실 한국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한국에서는 손에 쥐고 따는 병따개가 일반적이다. 손님이 병을 들고 벽에 가서 병뚜껑을 딴다? 상상하기 쉽지 않다.

벽걸이형 병따개는 미국식 다이너의 낭만이자 실용이다. 보통 벽에 고정된 금속 구조물로, 위쪽은 병뚜껑을 따는 훅, 아래는 딴 뚜껑이 툭 떨어지는 트레이가 달려 있다. 그저 ‘뚜껑 따는 도구’라기 보다는 일종의 ‘참여형 문화 장치’랄까.

게다가 박규영이 들고 있는 건 유리병 코카콜라. 알루미늄캔도, 페트병도 아닌 ‘그 유리병’.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역시 클래식한 코카콜라 유리병이다.

사진 속 박규영은 병뚜껑을 따고, 버거를 향해 폰카를 들이대고 있다. 심플한 치즈버거와 바삭한 프렌치프라이, 그리고 뚜껑 딴 콜라. 모든 게 하나의 장면처럼 완성됐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왜 이런 벽걸이형 병따개가 보이지 않는 걸까?
첫째, 유리병 음료 자체가 드물다. 페트병이나 캔이 대세라 병뚜껑을 따야 할 일 자체가 별로 없다. 둘째, 한국은 정돈된 서비스 시스템과 빠른 회전이 특징이다. 병뚜껑도 냅킨도 테이블 위에 비치되어 있어야 한다. 병을 들고 벽으로 가는 것은 너무나 귀찮다.

심지어 병뚜껑을 따다 뚜껑이 휙 날아가 다른 손님 테이블에 떨어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손님에게도 업주에게도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병뚜껑 하나에도 질서정연한 나라, 그것이 대한민국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