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제네럴 모터스(GM)는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첫 5개 차량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사진제공 |현대차

현대자동차와 제네럴 모터스(GM)는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첫 5개 차량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사진제공 |현대차


현대자동차와 제너럴 모터스(GM)가 중남미와 북미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차량 공동 개발을 발표했다. 두 회사는 총 5종의 차세대 차량을 함께 개발하고, 2028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단순한 공동 설계 수준을 넘어 공급망·물류·소싱 전반을 아우르는 대규모 협력 체계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과 제조 전략 전환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려는 시도로 주목된다.

● 중남미·북미 공략할 차량 5종 개발
이번 공동 개발 대상은 ▲중형 픽업,소형 픽업,소형 승용,소형 SUV 등 중남미 시장용 4종과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1종이다. 이들 차량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차(BEV)를 모두 아우르며, 연간 80만 대 이상 생산을 목표로 한다.

개발은 역할 분담 방식으로 추진된다. GM이 중형 트럭 플랫폼을 주도하고, 현대차는 소형 차종 및 전기 상용 밴 플랫폼을 맡는다. 공통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되, 양사는 브랜드별 내·외장 차별화를 적용해 독자성을 유지할 방침이다.

특히 북미 시장용 전기 밴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양사는 중장기적으로 북미 공급망을 통합하고 소재·부품·물류 소싱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이는 단순한 차량 공동 개발을 넘어서는 전략적 제조 동맹에 가깝다.

● IRA 대응을 위한 최적의 시나리오
양사의 협력은 미국 IRA 법안에 따른 보조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선제적 전략이라는 평가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 중 일정 비율 이상의 배터리 원자재와 부품이 북미 혹은 미국 우호국에서 조달돼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설립을 통해 연간 50만 대 규모의 북미 조립 능력을 확보했으며, GM은 북미 배터리 광물·부품 공급망 구축에 350억 달러 이상을 투입 중이다.

전기 밴의 미국 현지 생산 계획은 보조금 수혜 요건을 만족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양사의 협업은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진입 비용을 대폭 줄이는 결과를 낳을 전망이다. 동시에 양사는 탄소저감 강판 등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제조체계 구축은 물론, ESG 경영 강화를 위한 공통 행보로도 해석된다.

● 북미 공장 중심 제조 전략 전환 신호탄
이번 협력은 북미 시장 내 완성차 생산 체계를 통합하려는 제조 전략 전환의 일환이다. 현대차는 HMGMA를 중심으로 철강, 배터리, 물류를 통합한 북미 EV 클러스터 구축에 돌입했다. GM 역시 울티엄 배터리 기반의 지역 내 공급망 강화에 집중하고 있어, 양사의 제조 역량은 북미 현지화 흐름 속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GM이 가진 픽업·트럭 분야의 노하우와 현대차의 소형 전기 밴 개발 역량이 결합되면,차량 다양성과 비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중소 상용차 시장에서의 빠른 점유율 확대를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GM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다양한 세그먼트와 시장에서 고객에게 더 나은 선택권과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디자인,품질,기술력의 고도화를 함께 이루겠다”고 밝혔다.

실판 아민 GM 수석 부사장은 “이번 협업은 북미 및 중남미 핵심 시장의 전략적 대응이자,양사의 보완적 강점이 시너지를 발휘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