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슛을 넣는 게 내 역할이다.”

남자농구국가대표팀 가드 유기상(24·창원 LG)은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딛은 2023~2024시즌 신인 최다 3점슛 기록(95개)을 새로 쓰며 신인상을 받았고, 2024~2025시즌에는 LG의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제패에 공헌했다. 연세대 시절부터 강점으로 꼽혔던 슈팅 능력이 프로 무대에서도 통했고, 조상현 LG 감독이 추구하는 수비 전술에도 완벽하게 녹아들어 팀의 핵심 자원으로 거듭났다.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미 보여줬다. 지난해 7월 도쿄에서 열린 일본남자농구대표팀과 2차례 친선경기에서 시야를 넓혔다. 당시 유기상은 2경기에서 총 25점을 뽑았는데, 귀화선수인 장신 센터 조시 호킨슨(208㎝)을 앞에 두고도 3점슛을 시도하는 등 과감한 플레이로 주목받았다. 지난달 11~20일 일본, 카타르와 진행한 4차례 평가전에서도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내며 5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진행 중인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남자농구대회’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대표팀의 공격 비중은 이현중(일본 나가사키)과 여준석(시애틀대)에게 쏠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현중은 아시아컵 조별리그(A조) 3경기에서 평균 21.0점·7.3리바운드·3.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카타르와 2차전(97-83 승)에서 22점을 넣은 여준석이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까닭에 고민이 작지 않았다.

다행히 유기상 덕분에 고민을 크게 덜었다. 유기상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평균 18.3점·1.0리바운드·1.3어시스트의 성적을 거두며 대표팀이 조 2위(2승1패)에 오르는 데 일조했다. 득점은 이현중에 이어 팀 내 2위다. 특히 카타르전에서 7개, 레바논과 3차전(97-86 승)에선 8개의 3점슛을 적중하며 신들린 슛 감각을 뽐냈다. 호주와 1차전(61-97 패)에선 19분을 뛰며 3점을 넣는 데 그쳤지만, 이후 2경기에서만 3점슛 15개 포함 총 52점을 뽑으며 제 몫을 100% 해냈다. “대표팀에선 3점슛을 넣는 게 내 역할”이라는 그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유기상의 철저한 준비과정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그의 소속팀 LG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FIBA BCL(바스켓볼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해 레바논의 프로팀 알 리야디 베이루트와 맞붙어 76-103으로 패했다. 유기상은 이 경험마저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번 대회에 접목한 것이다.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BCL에서 알 리야드와 맞붙었는데, 그때 상대했던 선수들이 있어서 동료들에게 장단점을 알려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준비된 국가대표’가 따로 없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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