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도날드 매장 앞에 버려진 햄버거들. (출처=X 캡처)

일본 맥도날드 매장 앞에 버려진 햄버거들. (출처=X 캡처)



일본 맥도날드가 8일부터 시작한 ‘해피밀’ 포켓몬 카드 증정 이벤트.
하지만 해피밀은 웃지 못했다. 오히려 ‘새드밀’이 돼버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햄버거는 버려지고 카드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10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일본 각지 매장 앞과 길가에 버려진 해피밀 봉지 사진이 줄줄이 올라왔다. 비닐도 뜯기지 않은 햄버거들이 더미처럼 쌓여 있고, 매장 쓰레기통은 ‘햄버거 화석’으로 꽉 찼다.

범인은 포켓몬 카드였다. 해피밀 세트를 사면 카드와 장난감을 주는데, 리셀러들이 500엔짜리 세트를 대량 구매해 카드는 챙기고 햄버거는 바로 버린 것.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이미 카드가 개당 1000엔(약 9400원)에 올라왔다. ‘햄버거+카드 세트’가 아니라, ‘카드+햄버거 덤’이 돼버린 셈이다.

맥도날드 한 점원은 “5세트까지만 판매한다고 안내했는데 더 달라는 손님도 많았다”며 “거절하면 바로 음식이 쓰레기통행”이라고 토로했다. 매장 앞에서 해피밀을 사지 못해 울던 아이의 목격담도 퍼졌다.

사실 이런 ‘사은품만 먹는’ 풍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인기 캐릭터 ‘치이카와’와 협업한 해피밀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당시 장난감은 풀세트가 1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고, 매장 앞에는 손도 안 댄 햄버거가 줄줄이 버려졌다.

이번 포켓몬 카드는 11일까지 증정 예정이었지만, 9일에 이미 ‘품절 엔딩’을 맞았다. 맥도날드 일본 법인은 “조기 종료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재고 문의는 삼가 달라”고 했다.

이번 사태에 일본 누리꾼들은 “이럴 거면 차라리 카드만 팔고 햄버거는 기부하자”, “햄버거는 안 먹을 거면 저 주세요…저는 카드 필요 없어요”, “이쯤 되면 ‘햄버거 먹으면 카드 드립니다’로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햄버거 울리지 마라. 눅눅해진다” 등 각양각색의 반응을 쏟아냈다.

결국 남은 건 웃는 포켓몬 카드와 울고 있는 햄버거들. 다음 이벤트에선 해피밀이 진짜로 ‘해피’하길 바란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