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내에서 로봇개 스팟이 품질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내에서 로봇개 스팟이 품질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이 싱가포르에 설립한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가 세계적 방송사 CNN의 주목을 받았다. CNN 마켓플레이스 아시아(Market Place Asia)는 8월 13일 방영된 프로그램에서 HMGICS를 직접 취재하며, 인공지능(AI)과 로봇을 결합한 초자동화 생산 시스템과 인간 중심의 유연한 제조 환경을 ‘미래 공장의 모델’로 조명했다.

보도 영상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개 ‘스팟(Spot)’이 공장 내부를 순찰하며 엔지니어의 품질 검사 과정을 지원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스팟은 엔지니어 뒤를 따라다니며 조립 공정에서 오류 가능성이 높은 부분을 촬영하고, 이를 AI 알고리즘이 분석해 조립 상태의 정확성을 판단한다. 엔지니어는 분석 결과를 즉시 확인해 필요한 수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며, CNN은 이를 두고 “이 첨단 공장에서는 로봇이 인간을 검사한다”고 평가했다.

● 로봇과 AI가 바꾼 ‘유연 생산 시스템’
2023년 완공된 HMGICS는 싱가포르 최초의 전기차 전용 생산 기지로, 연간 3만 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 조립과 검사 공정의 약 70%가 자동화돼 있으며, 약 200대의 로봇이 공장 곳곳에서 투입되고 있다. HMGICS는 단순한 자동화 수준을 넘어 ‘셀(Cell) 기반 유연 생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차량 한 대를 작은 셀 단위로 나눠 동시에 다양한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적용돼 실제 공정과 가상 공정이 실시간으로 동기화된다.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운영 시스템은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사람과 로봇이 조화를 이루는 협업 환경을 구축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혁신을 통해 향후 고객 수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다른 글로벌 공장에도 첨단 기술을 순차적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CNN 제작진은 단순히 자동화 비율에 집중하지 않았다. HMGICS가 사람 중심의 제조 혁신을 구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CNN은 로봇이 단순히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정밀도가 요구되는 공정을 맡아 엔지니어가 보다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을 강조했다.

알페시 파텔 HMGICS 최고혁신책임자(CIO)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로봇과 AI의 통합 운용은 생산을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바꾸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품질 문제를 줄이는 핵심 수단”이라며 “정밀한 검사 시스템은 미래 제조업에서 필수”라고 말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