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음, 나도 그래” 아이들 마음에 닿는 두 권의 책

‘천고마비(天高馬肥)’, 독서의 계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햇볕은 높고 마음은 자라나는 이 계절 아이들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내면을 단단하게 해 줄 두 권의 책이 있다. 하나는 긴긴 여정 끝에서 사랑과 연대의 의미를 되묻는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이유 없이 무거운 기분을 품고 살아가는 아이의 하루를 섬세하게 담아낸 그림책이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했지만 둘 다 어린이의 마음 가장 가까운 곳에 도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긴긴밤
(루리 저 ｜ 문학동네)

사진제공ㅣ문학동네

사라져 가는 존재들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간다. 코끼리 무리에서 자란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깨어난 어린 펭귄은 본디 함께할 이유가 없던 존재들이지만 한밤중 어둠 속을 나란히 걷고 서로의 체온으로 밤을 녹이며 ‘우리’가 된다. 멸종이라는 절대적인 상실 앞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건 곁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 손, 눈빛이다. 이 책은 그 모든 것을 ‘긴긴밤’이라는 은유 속에 품고 있다. 외롭고 더딘 시간을 견디는 아이들에게 자기만의 바다를 찾아갈 힘을 건네는 이정표 같은 책이다.

●난 왜 자꾸 심술이 날까?
(레이철 브라이트 저 ｜ 국민서관)

사진제공ㅣ국민서관

제목 그대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 어린 낙타 커디의 하루를 따라간다. 쨍한 날씨도, 신나는 소풍도 달갑지 않은 커디는 하루 종일 이유 없는 심통을 부리다가 뜻밖의 만남으로 마음속 변화를 맞는다. 친구의 따뜻한 농담 한마디, 함께 웃는 순간이 어떻게 고단한 감정을 풀어 주는지를 작가는 익살스럽고도 다정한 그림으로 보여준다. 때로는 원인을 따지는 대신 감정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일이 더 깊은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아이와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