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박세웅이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투수 앞 땅볼을 처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박세웅이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투수 앞 땅볼을 처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투·타의 엇박자가 더 심해진 롯데 자이언츠의 포스트시즌(PS) 진출 확률이 30%대로 크게 떨어졌다.

롯데는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서 1-9로 졌다.

2일 잠실 LG 트윈스전부터 4연패에 빠진 롯데는 시즌 62승6무63패를 마크하며 6위에 머물렀다.

4위 삼성 라이온즈(65승2무62패)와 격차는 2경기, 5위 KT 위즈(64승4무62패)와 격차는 1.5경기로 늘었다.

가을야구 진출권과 크게 멀어진 건 아니지만, 현재 롯데에는 심상치 않은 적신호가 켜진 게 사실이다.

힘겹게 지키던 승률 5할의 저지선이 끝내 무너졌다.

롯데의 승률이 5할 아래로 떨어진 건 승률 0.474(9승1무10패)로 5위를 달리던 4월 15일 이후 4개월 27일(147일) 만이다.

당시 팀당 갓 20경기 안팎을 소화한 시즌 극초반인 점을 고려하면 롯데가 승률 5할 사수에 실패한 건 사실상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023년부터 2년간 승률 5할 이상에도 PS에 오르지 못한 팀이 매 시즌 한 팀씩 나온 점을 고려하면 5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만큼이나 뼈아픈 일이다.

롯데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극도로 침체된 경기력에 있다.

9일 경기에선 롯데의 최근 분위기가 잘 나타난다.

선발등판한 박세웅은 4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개인 6연패에 빠졌고, 타자들은 박세웅에게 단 한 점도 지원하지 못했다.

타선은 이날 한화 투수들을 상대로 9회말까지 단 3안타를 치는 데 그쳤다.

4사구를 포함하면 출루는 총 8회 있었지만, 기회를 겨우 만들면 후속타 불발로 무득점에 그치거나 누상에 주자가 있으면 범타로 흐름이 끊기는 장면이 반복됐다.

궂은 날씨에도 비를 맞으며 응원한 팬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팀 득·실로 계산하는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은 0.473에서 0.467로 떨어졌다.

기대 승률로 일자별 PS 진출 확률을 산출해 제공하는 웹사이트 ‘psodds.com’에 따르면, 롯데의 PS 진출 확률도 46.5%에서 34.9%로 떨어졌다.

롯데의 기대 승률이 30%대에 그친 건 시즌 극초반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야구 통계학자 빌 제임스가 고안한 기대 승률은 ‘팀의 실질적인 전력은 운이 적잖이 작용하는 실제 성적보다 득점과 실점에서 더 잘 나타난다’는 논리에서 출발해 신뢰도 높은 보조 지표로 평가된다.

많이 득점하고 적게 실점할수록 기대 승률은 높게 나타난다. 

롯데 팬들이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홈경기 도중 비를 맞으며 응원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팬들이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홈경기 도중 비를 맞으며 응원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지난달 중순까지 롯데는 기대 승률을 비웃는 팀이었다.

승패 마진이 올 시즌 가장 많았던 플러스(+) 13일 당시에도 롯데의 실제 승률(0.564·3위)과 기대 승률(0.497·6위)의 차이가 컸다.

하지만 일명 ‘윤나고황손’(윤동희·나승엽·고승민·황성빈·손호영의 성을 따 합친 말)으로 불리는 주축 야수들의 잇단 부상과 부진에도 김태형 롯데 감독이 기존의 백업, 퓨처스(2군) 선수 중에서도 최근 컨디션이 빼어난 선수를 적재적소에 기용해 승리를 따낸 날이 많았다.

당시 경기마다 다른 수훈선수가 나타난 게 팀의 미래를 밝힌 점에선 긍정적인 신호로도 여겨졌지만, 출전 경험이 모자란 탓에 상대의 전력분석을 이겨내지 못하거나 금세 기복을 나타내기 일쑤였다.

결국에는 전력의 중심을 잡을 선수가 마땅치 않았던 게 롯데의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심지어 ‘윤나고황손’의 풀타임 주전으로 뛴 횟수도 많아야 두 시즌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 있는 이들 5명의 활약에만 의존해서도 곤란했다.

설상가상으로 후반기 들어선 원투펀치로 활약한 외국인투수 알렉 감보아, 박세웅의 기량에도 물음표가 붙었고, 터커 데이비슨의 대체 선수로 영입한 빈스 벨라스케즈의 부진까지 겹쳤다.

선발진에선 후반기 에이스로 외롭게 싸운 나균안의 역투에 기대는 날이 많아졌다.

남은 13경기에선 무너진 투·타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주축 선수들이 반등의 실마리를 찾는 게 시급하다.

롯데는 고척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써 날씨의 영향을 적게 받는 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잔여 경기가 가장 적은 팀이다.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한 시간은 좀 더 주어지지만, 달리 보면 순위 싸움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기회는 다른 경쟁 팀들보다 적은 셈이다.

올 시즌에도 PS에 오르지 못하면 롯데에는 구단 역대 최장 8년 연속 진출 실패의 암흑기가 드리운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