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폭염·산불 악재에도 하계 스포츠 전지훈련지로 각광

올 여름 구미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한 각급 유도선수단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경북도

124개 팀·2천261명 방문…경제 파급효과 30억 원 예상

기록적인 폭염과 대형 산불 피해라는 이중고에도 불구하고 경북이 올여름 ‘대한민국 대표 하계 전지훈련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내 곳곳을 찾은 선수단이 숙박·음식·교통·관광 등 지역 소비를 통해 30억 원 이상의 경제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석 달 동안 21개 종목 124개 팀, 선수단 2천261명(연인원 2만5천여 명)이 경북을 찾아 구슬땀을 흘렸다. 선수단은 훈련과 더불어 지역 명소를 탐방하고 다양한 체험 활동에 참여하면서 지역 상권에도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는 침체된 지역경제에 모처럼 반가운 ‘효자 효과’를 안겼다는 평가다.

예천군은 올여름 가장 많은 전지훈련팀을 유치한 지역으로, 국내 육상 종목 선수단만 530여 명이 몰려왔다. 특히 양궁 분야에서는 중국, 인도, 우즈베키스탄 등 7개 해외팀이 훈련장을 찾으며 국제적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예천군은 선수단을 위해 훈련장과 장비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의료 및 안전 대응체계를 강화했으며, 지역 문화 체험 프로그램까지 마련해 선수단의 만족도를 높였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는 예천이 ‘세계적인 양궁 전지훈련지’로 거듭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전국 최고 수준의 수영장과 스마트 에어돔을 갖춘 김천시는 캐나다 아티스틱스위밍 국가대표팀을 유치했다. 김천시는 이미 체육 인프라 중심 도시로 알려져 있으나, 이번 유치는 글로벌 스포츠 도시로의 도약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역사문화도시 경주 또한 스포츠와 관광을 결합한 전략으로 성과를 올렸다. 싱가포르 우슈 국가대표팀을 불러들여, 천년고도의 매력을 전 세계 선수단에 알리는 기회로 삼았다.

구미시는 중국 창사시 검도팀을, 안동시는 대만 타이중 롤러팀을 각각 유치했다. 두 도시는 단순히 훈련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체재비 지원과 관광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 선수단에게 ‘머물고 싶은 도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이는 향후 재방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북도는 이번 전지훈련 유치를 단순한 체육 행사 유치 이상의 의미로 본다. 전지훈련은 참가 선수단의 직접 소비뿐만 아니라, 입소문을 통한 관광 홍보, 해외 교류 확대, 지역 브랜드 가치 상승 등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은 전지훈련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여서, 안정적인 유치 기반을 갖춘 경북이 앞으로도 전국적·세계적 훈련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이에 도는 △전지훈련 특화 체육시설 확충 △스포츠관광 연계 장기 체류 프로그램 개발 △도비 지원 혜택 확대 등 다각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훈련장을 무상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의료 지원, 전문 훈련 프로그램 제공, 체재비 지원 등 실질적이고 차별화된 혜택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병곤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앞으로는 전지훈련 유치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지역경제와 문화관광 활성화에 기여하는 종합적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라며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경북이 올해 보여준 성과는 폭염과 산불이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체육 인프라와 서비스, 관광 자원, 환대 문화가 어우러질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도내 각 시·군이 경쟁적으로 전지훈련단을 맞이하며 지역 이미지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경북은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지훈련지’에서 나아가 ‘세계적 전지훈련 거점’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안동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