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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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과 박정민이 영화 ‘얼굴’로 초심 찾기에 나섰다.

그간 굵직한 규모의 상업 영화를 통해 충무로 대표 영화인으로 활약해 온 두 사람이 이번에는 제작비 2억 원대의 저예산 영화로 의기투합했다. 규모나 볼거리가 아닌, 오직 이야기와 메시지로만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각오다.

11일 개봉한 ‘얼굴’은 전각(도장) 장인의 아들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의 백골 시신 발견 후 이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도 성장 시기였던 1970년대와 현재 시점을 오가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내면의 본성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O“많은 투자 배급사가 영화화 거절”

영화 ‘얼굴’은 연상호 감독이 직접 그린 같은 제목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연 감독은 만화가 출간된 2018년부터 영상화를 꿈꿨지만 “마이너(비주류)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여러 투자 배급사에서 제작을 거절당했다. ‘얼굴’이 영화화되기까지 7년이나 걸린 이유다.

“많은 투자 배급사에게 거절을 당하면서, ‘꼭 투자를 받아야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적은 돈이지만 제가 운영하는 제작사(와우포인트) 돈으로 영화동아리 사람끼리 영화 찍듯 알음알음 소박하게 만들어보자 싶었죠. 특히 아내의 응원 덕에 용기를 얻어 본격적으로 제작에 착수할 수 있었어요.”

제작비를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인건비 절감’이다. 기꺼이 ‘노 개런티’로 나선 박정민을 비롯해 모든 주조연 배우와 주요 스태프가 ‘최저 임금’을 자청했다. 

“대신 영화가 잘되면 지분을 모두에게 나눠주기로 했어요. 그래서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유독 커요. ‘마음의 빚’이 큰 작품이죠. 이 마음의 빚을 모두 갚으려면 ‘1000만 관객’은 모아야 할 것 같아요. (웃음)”

O“새 돌파구가 되는 영화이길”

연 감독은 두 주연 배우의 열연이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고 강조했다. 시각장애가 있는 전각 장인의 현재와 과거를 각각 연기한 권해효와 박정민은, 각자 실제 장애가 있는 장인어른과 아버지를 떠올리며 캐릭터를 표현했다.

“두 배우의 개인적 배경을 고려해 캐스팅한 건 아니지만, 이들 경험에서 나온 디테일한 연기가 빛났죠. 극 중 등장하는 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손목시계는 권해효 배우가 장인어른이 사용하시던 것을 직접 가져오신 거였어요.”

연 감독은 배우와 스태프의 열정이 모여 완성한 소박한 영화 ‘얼굴’이 위기에 놓인 한국 영화계에 “새 활로나 돌파구가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 영화는 스케일에 크게 의존해 왔어요. 하지만 ‘얼굴’이 성공한다면, 콘텐츠의 힘만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겠지요? 지금은 극장 시스템 전체가 변화를 겪는 시기입니다. 그만큼 제작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돈을 줄여 만드는 게 아니라, 기획 방향성과 접근 방식 자체를 새롭게 설정해야 하는 거죠.”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