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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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과 박정민이 영화 ‘얼굴’로 초심 찾기에 나섰다.

그간 굵직한 규모의 상업 영화를 통해 충무로 대표 영화인으로 활약해 온 두 사람이 이번에는 제작비 2억 원대의 저예산 영화로 의기투합했다. 규모나 볼거리가 아닌, 오직 이야기와 메시지로만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각오다.

11일 개봉한 ‘얼굴’은 전각(도장) 장인의 아들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의 백골 시신 발견 후 이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도 성장 시기였던 1970년대와 현재 시점을 오가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내면의 본성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O“시각장애인 연기, 아버지 삶 돌이켰다”

영화 ‘얼굴’은 박정민에게 연기자로서 큰 도전이기도 했다. 그는 “연상호 감독에게 직접 제안해” 극 중 전각(도장) 장인의 아들과 아버지인 장인의 젊은 시절을 동시에 맡으며 데뷔 후 처음으로 1인 2역에도 도전했다. 그 ‘2인분’ 몫을 박정민은 자발적으로 “노 개런티”로 소화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연 감독님께서 많진 않지만, 어느 정도 출연료를 주겠다고 했죠. 그런데 이 돈을 제 주머니에 넣는 것보다 스태프의 회식비로 쓰는 게 더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왕 감독님을 도와드리기로 한 김에 화끈하게 돕고 싶기도 했고요. 다만 영화가 잘 되면 받기로 했어요.”

1인 2역 가운데 청년 시절의 아버지 역은 시각장애인으로, 그에게 남다른 의미도 품고 있었다. 실제 시각장애를 가진 아버지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박정민으로서는, 이번 연기가 ‘아버지의 지난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시각장애인의 아들을 연기할 때는 너무 익숙했어요. 아버지에게 팔을 내어드리거나, 앞에 뭐가 있다고 말해드리는 건 제가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이니까요. 오히려 연기가 아니라 제 모습 그대로가 나오는 것 같았죠. 그런데 앞을 못 보는 아버지를 연기할 때는 정말 열심히 해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작 그 연기를 아버지는 보지 못하시니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O“출판인 행보, 늘 조심스러워”

제작비 절감을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이 함께한 촬영장에서는, 자신의 첫 장편 주연작이자 독립영화 수작으로 꼽히는 ‘파수꾼’이 자주 떠올랐다고 회상했다.

“큰 영화들은 촬영, 조명, 음악 등 각 팀별로 스태프가 대여섯 명이 넘어요. 그런데 우리 영화는 모든 스태프를 합쳐도 스무 명이 안 됐죠. 그래서 스태프들이 바삐 일하면 배우들도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어요. 함께 움직이며 일하는 거죠.”

‘얼굴’ 개봉에 앞서 그는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서도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해당 출판사는 김금희 작가의 소설 ‘첫 여름, 완주’를 출간했으며, 박정민의 방송 출연 등 적극적인 홍보 덕에 ‘흑자’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출판인’으로서 “늘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유명인의 이름만으로 다른 출판사보다 책이 잘 팔린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서다.

“물론 제가 유명하기 때문에 출판사가 잘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하지만 저는 기존 출판사들이 하는 과정이나 방식을 뒤집지 않으려고 해요. 서점이나 협력사와 함께 일할 때도 다른 출판사들과 똑같이 합니다. 절대 편법을 쓰지 않죠. 중요한 건, 보여줘야 할 가치가 있는 책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목표는 착한 출판사를 만드는 거예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