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여름을 닫았다.

9월 10일 아침, 아무런 예고 없이 디지털 싱글 ‘바이 썸머(Bye, Summer)’를 세상에 내놓았다. 발매 시각은 이례적인 오전 7시. 의외의 타이밍은 팬들에게 오히려 선물처럼 느껴졌다. 멜론·벅스·지니 등 주요 음원 플랫폼에서 단숨에 최상위권에 올랐고, 멜론 핫100과 벅스 실시간 차트, 바이브 급상승 차트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아이유니까.

사실 이 곡은 지난해 ‘2024 IU HEREH WORLD TOUR CONCERT ENCORE : THE WINNING’ 무대에서 처음 공개돼 팬들이 정식 발매를 요청해 온 작품이다. 작사에는 아이유 본인이, 작곡에는 아이유와 ‘Love wins all’의 서동환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곡의 배경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바이 썸머’가 보여준 아이유의 얼굴이다.

이번 곡을 들으며 먼저 떠오른 건 “모처럼 보는 아이유의 얼굴”이라는 느낌이었다. 아이유는 음악적으로 여러 얼굴을 지닌 아티스트인데, 이번 곡에서 꺼내든 얼굴은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다.

게인을 잔뜩 먹인 기타 사운드가 도입부를 채우고 나면 아이유의 목소리가 그 위에 달콤하게 얹힌다. 건빵 위의 체리같은 이 불균형이 묘하게 듣는 이를 흥분시킨다. 아이유 특유의 ‘R’ 발음도 귀를 잡아끈다. 가사 전달의 힘이 좋은 아이유의 R 발음을 찾아듣는 재미가 있다.
이담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담 엔터테인먼트 제공


‘바이 썸머’는 여름과의 작별곡이지만, 단순한 계절 인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긋지긋하게 더웠던 이번 여름에 대한 고별이자, 사랑과 인연에 대한 중의적 굿바이다. “우리를 닫는다”라는 가사가 멋지다. 관계의 단절, 인연의 종말을 넘어선 ‘무언가’에 대한 끝. 닫고 나면 새로 열릴 것이다. 따라서 이 곡의 ‘굿바이’는 쿨한 이별이자 이별 후의 기대를 담고 있다.

아이유의 음악은 늘 촘촘하다. 스윽 지나가 버리는 것 같아도 버려지는 게 없다. 그래서 뒤를 쫓아가도 주워 담을 게 안 나온다. 완성형처럼 보이는 이 가수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바이 썸머’는 여름의 고별장이자 사랑의 이별 노래이며, 새로운 계절의 아직 닫힌 문이다. 노래 속의 여름은 중의적 여름이다. 당신이 이별해야 할, 그것도 쿨하게, 이대로 보내주어야 할 여름이다.

당신의 ‘여름’은 무엇인가. 아이유는 당신도 당신의 여름과 담담히 작별하기를 권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곡의 ‘바이’는 단절이 아니라 기대, 닫힘이 아니라 열림에 가깝다. 아이유가 그랬던 것처럼, 부디 당신도 뒤돌아보지 말고 당신의 여름을 보내줄 수 있기를.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