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가 국가정책제안플랫폼 ‘울림’을 통해 청소년·청년들이 직접 발견한 생성형 AI 속 직지 왜곡 사례를 공개하고, 이를 예방·시정하기 위한 정책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기술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텍스트는 대중의 지식 습득과 인식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부정확한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된 결과물 속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축소되거나 왜곡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반크는 한국의 대표 기록유산인 직지를 중심으로 생성형 AI 오류 시정 활동을 본격화했다. 반크는 2006년부터 청주고인쇄박물관과 협력해 직지를 세계에 알리는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해 왔으며, 올해도 한국문화유산 홍보대사 22기 100명을 양성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오천 년 한국사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세계에 소개하는 동시에,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유산의 가치를 발굴하고 확산하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열린 발대식에서 교육을 마친 홍보대사 100명은 앞으로 한 달간 ‘무관심을 관심으로’, ‘관심을 실천으로’, ‘실천을 조직으로’, ‘내가 기획하고 실천하는 위대한 미션’ 네 가지 미션을 수행한다. 특히 이번 활동에서는 생성형 AI에서 직지를 비롯한 한국 문화유산을 검색하며 오류 사례를 찾아내고, 이를 국가정책제안플랫폼 ‘울림’에 문제 제기와 정책 제안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실질적인 시정 활동에도 나섰다.

활동 과정에서 청소년·청년들은 직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오류 사례를 다수 발견했으며,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아이디어까지 함께 제시했다.

대표 사례로 임솔 씨는 ChatGPT에 직지 이미지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실제와는 다른 형태의 직지심체요절 표지가 생성되는 오류를 발견했다. 그는 이러한 오류가 단순한 실수에 그치지 않고, 잘못된 이미지가 확산될 경우 한국 문화유산이 왜곡된 모습으로 전 세계에 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김규인 씨는 ChatGPT를 활용해 직지를 이미지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AI가 직지를 한글 해례본과 혼동해 한자를 한글로 잘못 표기하는 오류를 발견했다. 그는 반복적인 수정 요청과 교정을 거쳐 문제를 바로잡았고, 실제 직지와 최대한 유사한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생성형 AI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김민성 씨는 ChatGPT에 직지를 질문하는 과정에서 잠재적 오류를 발견했다. 그는 “직지가 무엇이며 어떤 역사적 가치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AI가 “직지는 조선 세종 때 발간된 금속활자본이며, 한글 창제 이후 최초로 한글로 인쇄된 책”이라고 잘못 답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그는 직지의 실제 간행 시기와 기록 언어 등 올바른 정보를 AI에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오류를 바로잡는 활동에 나섰다.

김민성 씨는 이 사례를 통해 “AI는 단순한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문화유산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까지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사편찬위원회, 국립중앙도서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학습과 검증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사용자가 오류를 손쉽게 제보하고 교차 검증할 수 있는 피드백 시스템 마련, 그리고 다국어 환경에서도 정확한 정보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의 중요성을 제안했다.

이지윤 씨는 ChatGPT에 직지의 금속활자 인쇄 과정을 질문하는 과정에서, 활자를 하나씩 주조하고 조합해 인쇄하는 정교한 절차가 제대로 소개되지 않는 문제를 발견했다. 이에 그는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인쇄 과정을 AI에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누락되거나 잘못된 정보를 보완하는 활동에 나섰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반크는 그동안 청주고인쇄박물관과 함께 직지를 세계에 올바르게 알리고, 국내외 웹사이트와 교과서 속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며 “이제 그 연장선에서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영역으로까지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AI 속에서 우리의 문화유산 정체성이 희석되거나 왜곡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단순한 정보 오류를 넘어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직지 사례는 특정 유산에 국한된 오류 시정 활동이 아니라, 청소년과 청년들이 디지털 시대에 스스로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세계에 알리는 역량을 키워가는 중요한 디지털 외교 활동”이라며 “앞으로의 과제는 단순한 기술적 주권, 즉 소버린 AI를 넘어, AI 속에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올바르게 구현되고 전달될 수 있도록 ‘정체성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문화유산 홍보대사 양성을 담당하는 이선희 반크 책임연구원은 “반크가 세계적인 교과서와 박물관, 미술관에서 발견된 직지 오류를 바로잡고 관련 내용을 반영했듯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생성형 AI에서도 직지 관련 오류를 선제적으로 조사하고 시정할 것”이라며, “국가정책플랫폼 ‘울림’을 통해 청소년과 시민이 AI 오류를 직접 발견하고 시정하는 주체로 참여하며, 전국의 문화유산을 아우르는 디지털 아카이브와 검증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 이를 통해 우리 문화와 역사의 가치를 온전히 지키고, 전 세계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소영 반크 연구원은 “AI가 정부기관의 핵심 정책으로 활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지 등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올바르게 알리는 정책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크는 국가정책제안·소통 플랫폼 ‘울림’과 ‘열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러한 사안들을 체계적으로 건의하고, 한국 문화유산의 가치가 정책과 시스템 속에서도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승현 반크 연구원은 “과거에는 외국 교과서에 나타난 직지 오류에 대해 이미 배포된 교과서 출판사에 시정 요청을 하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생성형 AI에서 직지 이미지와 설명의 정확성을 직접 검증하고, 오류가 발견되면 즉시 시정 요청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먼저 정확한 이미지와 원천 자료를 제공해 실질적인 선제 대응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우리 문화유산이 전 세계에 올바르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