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은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낸 문용익, 손동현을 비롯한 투수들의 변화구 성장에 주목했다. “직구만 던져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16일 수원 LG전에 등판한 문용익. 사진제공|KT 위즈

이강철 KT 감독은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낸 문용익, 손동현을 비롯한 투수들의 변화구 성장에 주목했다. “직구만 던져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16일 수원 LG전에 등판한 문용익. 사진제공|KT 위즈



“구속이 150, 160㎞로 빨라도 직구만 던지면 결국 공략당한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59)은 18일 수원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문용익(30)을 비롯한 투수들이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낸 요인을 설명했다. 그는 “(문)용익이가 성공한 건 변화구의 컨트롤이 좋아진 덕분이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변화구를 자신 있게 던지는 게 1군과 퓨처스(2군) 투수들의 차이인데, 그게 돼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문용익은 삼성 라이온즈 시절이던 2023년까지 직구 의존도가 높은 투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KT로 이적한 뒤 변화가 생겼다. 삼성에선 거의 던지지 않던 포크볼의 구사율이 높아졌다. 올 시즌에는 이 수치가 32.1%에서 46.7%로 더 올랐다. 포크볼을 슬라이더, 커브와 섞어 스트라이크를 잡는 장면도 적잖게 보인다. 실제 스트라이크 비율도 지난해 53.6%에서 올해 60.1%로 올랐다. 이 감독은 “타자가 직구를 노릴 때, 직구를 교묘히 볼로 던지고,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속인 게 통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도 잘 나타났다. 문용익은 지난달 30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에 대체 선발로 나서 5이닝 무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데뷔 첫 선발승을 올렸다. 이후 이 감독은 그를 롱릴리프나 추격조로 기용하며 불펜층을 두껍게 했다.

이러한 변화가 문용익에게만 일어난 건 아니다. 셋업맨 손동현(24)도 올 시즌을 앞두고 포크볼을 장착했다. 손동현은 그간 묵직한 직구 구위로 정면승부를 즐기던 유형의 투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직구, 포크볼 조합으로 재미를 본 날이 많다. 지난 5월 말 어깨 부상을 당하기 전에는 평균자책점(ERA)을 0점대(29경기·0.89)로 유지한 적도 있다. 손동현은 “포크볼을 익힌 뒤 직구와 시너지도 생겼다. 직구를 노리던 타자들이 포크볼에 속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말은 KBO리그 전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우리나라 타자들은 더는 빠른 공 공략을 어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구위형 외국인 투수들을 보더라도 무조건 빠른 공에만 의존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직구의 구속이 아무리 빨라도 직구에만 의존하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