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김고은

이병헌, 김고은


탄탄한 독립영화와 굵직한 상업영화가 골고루 트로피를 나눠 가진 시상식이었다. 부일영화상은 평단의 극찬을 받은 저예산 독립영화 ‘장손’에게 최우수 작품상을 안겼다. 남녀 주연상은 각각 이병헌과 김고은의 손에 돌아갔다.

18일 부산 해운대구 중동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제34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수상자로 영화 ‘장손’이 호명됐다. ‘장손’은 두부공장을 가업으로 이어온 3대 대가족이 제삿날 모인 자리에서 장손 성진이 가업을 잇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벌어지는 갈등과 가족의 비밀, 그리고 세대·젠더·계급 갈등이 얽힌 한국 사회의 초상을 그린 영화다.
무대에 오른 ‘장손’의 제작사 대표이자 연출자 오정민 감독은 “태어나서 받은 상 중 가장 뜻깊은 상이다.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상인 부일영화상에 감사드린다. 특히 배우들과 스태프들까지 인정받는 상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배우분들과 스태프들에게 바치겠다”고 말했다.

영화 ‘장손’

영화 ‘장손’

감독상과 신인감독상의 영광은 각각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임에도 300만 관객을 넘게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상업영화 ‘야당’의 황병국 감독과 소박하지만 단단한 독립영화 ‘여름이 지나가면’의 장병기 감독에게 돌아갔다.

남녀 주연상은 ‘승부’의 이병헌과 ‘대도시의 사랑법’의 김고은이 받았다. 무대에 오른 이병헌은 “2년 전 부일영화상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세 번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때 남우주연상을 세 번 받으면 금을 준다고 하셨는데, 그때 굉장히 행복하게 시상식을 마쳤다. 이제 네 번째라 기대된다”며 재치 있는 소감을 전했다.

개인 사정으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김고은은 영상으로 소감을 전했다. 그는 “너무 기쁘고 영광스럽다. ‘은교’ 이후로 오랜만에 상을 주셔서 감회가 새롭다. ‘대도시의 사랑법’ 촬영 당시 많은 스태프와 배우, 감독님과 함께 씩씩하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이 작품으로 상을 받아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정민, 양희은, 최현진, 이혜리

박정민, 양희은, 최현진, 이혜리

남녀 조연상은 ‘전, 란’의 박정민과 ‘아침바다 갈매기’의 양희경이 수상했다. 박정민은 “영화 시상식 후보에 처음 오른 것이 바로 ‘파수꾼’으로 후보에 올랐던 부일영화상이었다. 더욱 노력해 내년에는 인기스타상을 받으러 오겠다. 인지도를 높여야겠다”며 유쾌하게 소감을 전했고, 양희경은 “‘아침바다 갈매기’는 내 나이 70세에 찍은 작품”이라며, “배우를 하며 주연도, 조연도 했지만 조연이 너무 좋다. 조연을 연기하는 배우들과 이 상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남녀 신인상 역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출연 배우에게 각각 돌아갔다. ‘여름이 지나가면’의 최현진과 ‘빅토리’의 이혜리다. 특히 이혜리는 ‘소방관’의 이준혁과 함께 올해의 스타상을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이준혁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올해의 스타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영화의 거장 고(故) 유현목 감독의 정신을 이어,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영화인에게 주어지는 특별상인 유현목영화예술상은 ‘보통의 가족’의 장동건이 받았다. 장동건은 “배우라는 직업도 사람의 본질을 탐구하는 일이라는 걸 ‘보통의 가족’을 촬영하며 새삼 깨달았다. 선과 악의 경계, 가치관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아버지와 인간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야 할지 고민했다. 관객이 작품을 통해 느껴주길 바란다. 이 상을 고민에 대한 격려로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미술기술상과 촬영상은 ‘하얼빈’의 박정우 조명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이, 음악상은 ‘하이파이브’의 김준석 음악감독이 수상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