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예진이 거장 박찬욱과 손잡고 7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통해 거장의 터치를 직접 느낀 그는, 박 감독 특유의 “냉정하고 정확한 연출 방식”에 감탄했다. 사진제공|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 | 엠에스팀 엔터테인먼트

배우 손예진이 거장 박찬욱과 손잡고 7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통해 거장의 터치를 직접 느낀 그는, 박 감독 특유의 “냉정하고 정확한 연출 방식”에 감탄했다. 사진제공|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 | 엠에스팀 엔터테인먼트



출산 이후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 게다가 ‘은막의 여배우’로 7년 만에 마주하는 손예진이므로 관객의 높은 기대치는 ‘어쩔수가없다.’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인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만수(이병헌)의 아내 미리. 영화는 한 가정의 가장인 만수(이병헌)가 갑작스레 실직한 후 ‘재취업’에 나서는 여정을 따라간다.

미리는 가족에게 닥친 불행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돌파구를 찾으려는 인물이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남편 만수의 위험한 선택에 얽히며 복잡한 내면을 점차 드러낸다. 애초 시나리오 속 미리의 분량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미리는 손예진의 섬세한 해석을 덧입으며 점차 양감을 얻었고, 서사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손예진이 ‘어쩔수가없다’를 복귀작으로 택한 건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출산 후’ 맡은 엄마 역할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의 연기 이력에 가장 큰 변곡점이 된 영화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이 이번 작품의 각본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 엠에스팀 엔터테인먼트

손예진이 ‘어쩔수가없다’를 복귀작으로 택한 건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출산 후’ 맡은 엄마 역할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의 연기 이력에 가장 큰 변곡점이 된 영화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이 이번 작품의 각본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 엠에스팀 엔터테인먼트


“박찬욱은 ‘차가운 관찰자’ 같은 연출가”

박찬욱 영화의 여성 캐릭터들은 언제나 사회가 부여한 성역할을 ‘비트는’ 존재들이었다. 틀 바깥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인물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손예진이 연기한 미리는 좀 다르다. 개인보다는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로서 기능하며 영화와 현실을 연결해주는 이음새 역할을 한다. 손예진은 박 감독이 “영화속 캐릭터들 사이에서 ‘미리만큼은’ 현실적인 인물이길 바랐던 것 같았다”고 했다.

“동시에 만수의 행동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존재감은 뚜렷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죠. 절제된 표현을 하면서 균형을 맞추기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춘 박찬욱 감독을 손예진은 ‘차가운 관찰자’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박 찬욱 감독은 현장에서도 캐릭터에 뜨겁게 이입하기보다, 감정의 동요 없이 아주 고요한 상태에서 연출을 주문한다”며 “그런 냉정하고 정확한 방식이 박찬욱 작품의 정교함을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손예진의 출연은 ‘어쩔 수가 없다’

손예진이 ‘어쩔수가없다’를 복귀작으로 택한 건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출산 후’ 맡은 엄마 역할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의 연기 이력에 가장 큰 변곡점이 된 영화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이 이번 작품의 각본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2016년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손예진은 딸의 실종 사건의 배후를 좇는 엄마 ‘연홍’ 역을 맡아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제25일 부일영화상, 제2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쓴 바 있다.

그는 ‘어쩔수가없다’는 ‘비밀은 없다’ 보다 먼저 쓰여진 작품으로, 그가 연기한 ‘연홍’에는 2025년의 ‘미리’가 이미 담겨 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손예진은 연홍과 미리 사이의 연결성에 대해 “가족의 비밀을 아무것도 몰랐던 엄마에서, 다 알아가는 엄마”란 공통점이 있다 설명했다. “가족을 지키는 방식이 다른 것 같아요. 연홍은 모든 것을 알게 된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 미리는 다른 방식으로 포용하고 성장해나가죠.”

‘어쩔수가없다’로 화려한 복귀를 알린 손예진은 차기작 또한 일찌감치 예고했다. ‘스캔들’의 촬영을 마쳤고 또다른 드라마 ‘버라이어티’ 작업에 곧 들어간다.

‘스캔들’은 2003년 개봉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손예진은 당시 이미숙이 연기했던 조씨 부인을 맡았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