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포옛 전북 현대 감독이 SNS를 통해 판정 불신을 드러냈다. 사진캡처|거스 포옛 감독 인스타그램

거스 포옛 전북 현대 감독이 SNS를 통해 판정 불신을 드러냈다. 사진캡처|거스 포옛 감독 인스타그램


거스 포옛 전북 현대 감독의 아들인 디에고 포옛 코치도 판정 불만을 자신의 SNS에 표출했다. 사진캡처|디에고 포옛 코치 인스타그램

거스 포옛 전북 현대 감독의 아들인 디에고 포옛 코치도 판정 불만을 자신의 SNS에 표출했다. 사진캡처|디에고 포옛 코치 인스타그램

전북 현대 거스 포옛 감독이 해괴한 심판 판정에 단단히 뿔이 났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판정 불만을 그대로 드러내며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북은 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SK와‘하나은행 K리그1 2025’ 3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전북은 전반 27분 티아고의 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51분 제주 남태희에게 동점골을 헌납해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최근 3경기 연속 무승(2무1패)으로 승점 68에 그친 전북은 2위 김천 상무(승점 52)와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

전북에겐 굉장히 아쉬운 결과다. 전반적 경기력이 좋았던 건 아니나 오심에 가까운 판정이 승부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더욱 쓰라렸다.

전북은 1-0 리드하던 후반 40분에 발생한 장면이 논란이 됐다. 제주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쇄도한 전북 전진우가 페인트 모션을 취할 때 오른발을 제주 수비수 장민규에게 세게 밟혔는데도 이 경기를 진행한 이동준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심지어 이 장면은 비디오판독(VAR)조차 이뤄지지 않아 큰 의문을 남겼다. 오히려 이 주심은 항의한 포옛 감독에게 옐로카드를 줬다.

결국 페널티킥 찬스를 잃은 전북은 후반 추가시간 막판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런데 이 득점도 조금 이상했다. 전북 이영재가 역습 때 상대 진영 왼쪽에서 볼을 탈취당한 것이 제주의 재역습으로 이어지면서 실점이 나왔는데 제주 선수가 이영재의 유니폼 상의를 손으로 붙잡고 늘어진 장면을 바로 뒷 편에 있던 이 주심을 비롯한 심판진 모두 체크하지 않았다.

이 순간도 득점 과정의 일부인만큼 당연히 명확히 살펴야 했음에도 심판들은 문전 상황만을 VAR로 짧게 점검한 뒤 골로 인정했다. 그러자 경기장에는 홈팬들의 함성과 함께 이 주심의 이름을 직접 넣어 “나가”를 외치는 원정팬들의 안티콜이 동시에 울려퍼졌다. K리그에서 “삼류심판 꺼져” 따위의 외침은 종종 접할 수 있지만 심판 이름까지 직접 거론하며 분노하는 건 흔치 않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포옛 감독이지만 SNS에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냉소적 표현으로 판정 불만을 가감없이 표출했다. 전진우가 발을 밟힌 장면이 담긴 영상을 배경으로 ‘페널티도 아니고, VAR도 없고, 말도 못한다’며 불편한 심정을 담은 문구를 띄웠다.

아버지의 분노를 아들인 디에고 포옛 코치도 공감했다. K리그와 대한축구협회(KFA) SNS 계정까지 끌어와 ‘VAR 체크도 없고 페널티킥도 없다. 매주 똑같다’는 문구를 적었다. 심지어 인종차별의 영문단어 ‘RACISM’까지 곁들였다. K리그 유일한 해외 코칭스태프라서 판정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냐는 억울함으로 해석됐다.

일단 포옛 감독 부자는 벌금이든 출전 정지든 징계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어떠한 형태로든 심판 판정에 불만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이상한 규정을 위반한 탓이다. 어쩌면 코칭스태프를 제지하지 못했고 심판 이름을 넣고 안티콜을 외친 팬들을 막지 못한 전북 구단에도 철퇴가 떨어질 수 있다. K리그 심판들은 자신들의 실력을 의심하거나 비판하는 것에 늘 엄격했다.

다만 SNS를 통한 불만 표출은 포옛 감독 부자의 의도된 행동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징계위원회에 이들이 회부되고 당연한 수순인 징계를 받으면 파장이 커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판정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다.

따라서 KFA는 포옛 감독 부자의 징계 수위를 놓고 더 고심할 수 밖에 없고 제주-전북전 심판진 판정 문제까지 명확히 해명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일부 팬들이 불법 행위가 의심된다며 신고나 청원, 민원을 관계 기관에 이미 제출했거나 준비하한 정황이 포착된 상황에서 대충 덮고 넘어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K리그 판정 문제는 줄기차게 반복됐고 줄어들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포옛 감독 부자의 SNS로 인해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K리그에서 빚어지는 판정 논란을 알게 됐으니 어쩌면 뜻하지 않은 순기능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월드컵에는 늘 초대받지 못해 사실상 지워진 한국 심판들이 뜻하지 않게 유명세를 떨치게 됐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