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ㅣ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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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가 감정 결여 인간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3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는 천 년 만에 깨어난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와 감정이 결여된 인간 가영(수지)이 세 가지 소원을 두고 벌이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다. 전생과 현생을 오가며 이어지는 두 인물의 이야기는 공개 직후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극 중 수지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지닌 ‘가영’ 역을 맡았다. 할머니의 주입식 ‘룰’과 ‘루틴’에 따라 살아가며 감정을 숨긴 채 살아온 인물로 비현실적인 상황 앞에서도 무표정하다.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지니의 유혹에도 반응하지 않는 냉철한 캐릭터지만 죽음이라는 감정에 흥미를 느끼며 보이는 미묘한 미소는 섬뜩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가영은 자신을 사랑으로 키운 마을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며 상대의 말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인간적인 면모도 보인다. 수지는 이처럼 선과 악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해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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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장르의 강점도 여전했다. 9년 만에 김우빈과 재회한 수지는 현실감 넘치는 티격태격 케미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이끌었다. 지니와 가영의 팩트 폭격 신경전부터 예기치 못한 키스 신까지 무표정 속 설렘이 오가는 수지의 감정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판타지 설정 속에서도 대사를 맛있게 살려내며 장면마다 재생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임에도 수지의 눈빛과 미묘한 표정 변화만으로 인물의 내면이 전해지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캐릭터의 감정에 완전히 동화되게 만든다.

수지는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보여준 섬세한 캐릭터 분석과 진심 어린 연기로 매번 캐릭터의 모난 부분까지 사랑받게 만드는 배우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전생과 현생을 넘나드는 다층적 서사 속에서 수지는 등장인물들과의 관계마다 새로운 케미를 보여주며 ‘다채롭고 황홀한 수지’의 매력을 입증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는 지금 스트리밍 중이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