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우주개발 시대 첫발…한화 ‘스페이스 허브’ 출범

입력 2021-03-09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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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38) 한화솔루션 사장이 한화그룹의 우주산업을 총괄하는 신설 조직인 ‘스페이스 허브’의 선장을 맡았다.

한화,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쎄트렉아이 등 4개 회사가 ‘스페이스 허브’로 통합된다. 이를 통해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우주산업 관련 핵심 기술을 한데 모으고, 새로운 사업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동관 사장은 한국의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가 될 수 있을까. 김 사장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게 우주 산업”이라며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엔지니어들과 함께 우주로 가는 지름길을 찾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주력계열사 통합운영으로 시너지


김동관 사장은 2월 22일 국내 유일의 민간 인공위성 제조·수출 기업인 ‘쎄트렉아이’의 무보수 등기 임원으로, 26일에는 항공·방산 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기 임원으로 임명됐다. 스페이스 허브 출범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셈이다.

스페이스 허브의 중심 역할은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지니어들이 맡는다. 이어 한화시스템의 통신, 영상장비 전문 인력과 (주)한화의 무기체계 분야별 전문 인력이 참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월 13일 지분 30%를 인수한 쎄트렉아이 측도 향후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쎄트렉아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 ‘우리별 1호’를 개발한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 인력들이 1999년 설립한 위성 전문기업이다. 위성 본체와 지상 시스템, 전자광학 탑재체 등 핵심 구성품을 개발·제조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매출도 고속 성장 중이다. 2008년 상장한 쎄트렉아이 매출은 208억 원에서 2019년 702억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우주 위성 산업 관련 핵심기술을 보유한 계열사와 쎄트렉아이와 같은 전문기업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한 우주 사업 확장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 민간우주산업 시장, 2040년 1251조 원
항공우주원과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민간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2013년 3000억 달러(약 341조 원)에서 2040년에는 1조1000억 달러(약 1251조 원) 규모로 3.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야말로 뉴 스페이스(New Space)이자 블루오션이다.

천재 기업인이라 불리는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출범시키면서 민간 우주 산업 시대는 빠른 속도로 커나가고 있다. 아마존 설립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개발 사업을 위해 블루오리진이란 민간 우주항공 기업을 설립한 이유도 우주에 담긴 무한한 잠재력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양사는 재사용 로켓 기술을 통해 우주여행, 소형 위성, 화물운송 등 다양한 우주사업을 펼치고 있다.

스페이스허브는 어떤 방식으로 이들과 경쟁하게 될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예를 들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체에 쎄트렉아이의 위성을 싣고, 한화시스템의 통신체계를 탑재시킬 수도 있다. 우주라는 이름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먼저”라며 “기술 컬래버를 통해 한화시스템의 영상 탑재체 기술과 쎄트렉아이의 지구관측위성 기술을 융합한 서비스 개발을 검토해볼 수 있다. 아울러 두 회사의 통신체계 기술과 소형위성 설계 기술을 더해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이 경쟁하고 있는 위성 통신 분야로 진출하는 것도 검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후계구도에도 영향 미칠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해 2012년 한화솔라원에서 기획실장을 맡은 이후 현재까지 한화의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 태양광 기업인 큐셀을 인수하고, 한화솔라원과의 합병을 주도해 2015년 한화의 태양광 사업을 흑자로 돌려놓은 것도 그의 작품이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현재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김동관 사장이 태양광 사업에 이어 스페이스 허브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우주 사업을 본 궤도에 안착시킨다면, 후계 구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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