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광물 놓고 계산기 두드린 미국, 답은 고려아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야간 전경 (고려아연 제공)

[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손잡고 핵심광물 제련소 건설에 나서자 트럼프 미국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을 선택한 배경에는 전략산업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분명한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은 핵심광물과 전략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국가 차원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민간 기업에 대한 직접 지분 투자 방식까지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고려아연에 대한 이번 투자 역시 이런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

특히 이번 사례는 우방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 정부가 직접 지분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국과 일본, 유럽 등 경제 우방과 협업해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 고려아연은 기술력과 생산 역량, 신뢰도를 모두 갖춘 파트너로 평가받았다.

미국 정부는 최근 6개월 동안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해 US스틸, 인텔, MP머터리얼즈, 트릴로지메탈스, 웨스팅하우스 등 광물·IT·에너지 분야 기업의 지분이나 워런트를 확보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추가 지분 투자 가능성도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직접 지원을 통해 공급망을 빠르게 안정화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그중에서도 핵심광물 분야는 미국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영역이다. 미국은 아연 수입 의존도가 73%에 이르고, 안티모니 85%, 비스무스 89%, 갈륨은 10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자원 무기화 가능성이 커지는 국제 환경에서 이런 구조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동맹국과의 협업도 병행하고 있다. 11일 현지시간 백악관에서는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호주 당국자들이 모여 반도체와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고려아연 투자 역시 이런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을 높게 평가한 이유는 분명하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과 생산 역량, 환경 관리 체계를 갖춘 기업이다. 여기에 경제 우방국인 한국 기업이라는 점도 신뢰 요인으로 작용했다.

복합 제련소 모델 역시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가 지정한 핵심광물 60종 가운데 안티모니, 비스무스, 코발트, 구리, 인듐, 연, 니켈, 은, 텔루륨, 아연 등 12종을 생산하고 있다. 2028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설비 투자가 진행 중인 갈륨과 게르마늄까지 포함하면 생산 광물은 14종으로 늘어난다. 미국이 고려아연의 온산 제련소 모델을 참고한 복합 제련소 건설을 지지하는 이유다.

고려아연도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 아연과 구리, 연 등 비철금속과 핵심광물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노후 제련소 폐쇄와 환경 규제로 공급 여력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새 제련소 건설을 통해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보하고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한·미 간 경제적 파트너십도 한층 단단해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한국 정부 당국의 지지 속에서 미국 측과 협의를 이어오며 투자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는 민간 기업 투자를 넘어,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