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환경문제, MBK가 직접 언급 “비 오면 누출된다”

석포제련소 뉴시스

[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추진하며 손잡은 영풍의 환경 문제를 정작 MBK 측 핵심 인사가 직접 지적한 사실이 알려지며 재계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에 수십 년간 쌓여온 제련 잔재물이 비가 오면 누출돼 토양과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공식 회의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광일 MBK 부회장은 15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이사회에서 미국 제련소 투자 안건을 논의하던 중 영풍 석포제련소 사례를 언급했다. 김 부회장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문제가 되는 게 폰드 케이크”라며 “제련 과정에서 남는 찌꺼기가 몇십 년 쌓여 있고,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비가 오면 누출수가 발생하고 토양 오염과 환경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폰드 케이크는 제련 부산물을 모아두는 잔재물로, 관리 방식에 따라 자산이 될 수도 있지만 방치될 경우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이 잔재물에 대해 “잘 관리하면 자산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위험성 역시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은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협력해 추진 중인 테네시주 클락스빌 니어스타 제련소 인수 논의 과정에서 나왔다. 고려아연 측은 해당 부지 내 다수의 폰드장을 통해 구리, 게르마늄, 갈륨, 인듐 등 핵심광물을 추가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고려아연은 제련 부산물을 다시 자원으로 회수하는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반면 유사한 제련소를 운영 중인 영풍 석포제련소는 이 폰드장 내 제련 잔재물 처리 문제로 오랜 기간 논란을 겪어왔다. 환경부는 2021년 제련 잔재물이 낙동강으로 유출돼 주변 지하수와 하천이 중금속에 오염된 정황이 있다며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날 이사회에는 강성두 영풍 사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도 함께 참석했다. 김 부회장은 발언 도중 “영풍 분도 계셔서 송구하다”거나 “석포제련소가 낙동강 바로 옆에 위치한 점이 어려움을 키웠다”는 취지의 설명을 덧붙였지만, 영풍 측 인사들은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MBK가 영풍의 환경 문제와 그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경영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추진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해온 MBK의 논리가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MBK는 영풍과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겠다는 계획까지 공개한 상태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 논란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석포제련소 주민대책위원회와 낙동강 상류 환경피해 주민대책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7일 장형진 고문에 대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심의를 신청했다. 동시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는 재수사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10월에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법 위반과 폐기물 야적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되며 제련소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여기에 낙동강 피해 주민 13명은 영풍 석포제련소를 상대로 1인당 1300만원을 청구하는 집단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