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뉴시스

영풍 석포제련소 뉴시스



토양·지하수 정화 비용 누락…연간 수천억 원대 회계 왜곡 논란
‘학연·PD 출신’ 감사위…경영 감시 및 전문성 역량 미흡 치부 드러나
시장 일각 “회계기준 위반 경위 조사해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영풍이 환경 정화 비용을 수천억 원 규모로 줄여 잡았다가 금융당국의 무거운 징계를 받았다.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기업 경영을 감시해야 할 감사위원회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10일 영풍의 사업보고서 조사와 감리 결과를 내놓고 고강도 제재를 의결했다. 과징금 부과와 함께 3년간 감사인 지정, 전임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의 조치를 내렸다. 담당 임원과 전직 담당 임원에게는 해임권고와 직무정지 6개월을 요구했다.

금융당국은 영풍이 제련소 주변 임야와 하부의 토양정화충당부채, 지하수정화충당부채를 고의로 적게 반영했다고 판단했다. 영풍은 2019년 지하수 오염방지명령에 따라 법적 정화 의무를 졌다. 하지만 미래에 발생할 전체 비용 추정치 대신 정화업체와의 실제 계약금액만 회계에 반영했다.

금융위원회 보도자료를 보면 영풍이 줄여 잡은 지하수정화충당부채는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1114억 원에 달한다. 토양 정화와 관련해서도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법적 의무가 명확한데도 충당부채를 아예 잡지 않았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관련 법규가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화 비용을 산정했다.

회계업계는 이번 전임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조치를 두고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보고 있다. 이 조치는 조치양정기준상 ‘고의 1단계’ 나 ‘고의 2단계’ 에만 해당하는 중징계다. 영풍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 회계연도마다 1000억 원에서 2000억 원대의 충당부채를 누락한 결과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감시해야 하는 감사위원회의 무능함이 도마에 올랐다. 감사위원회는 회계처리와 내부통제를 감독할 독립 기구이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감사위원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두고 안팎에서 의문이 든다.

2022년 4월부터 감사위원장을 맡은 A 사외이사는 지배주주 일가인 장형진 명예회장과 대학 동문이다. 두 사람은 1970년에 같은 대학 상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배주주와 학연으로 얽힌 점을 들어 사외이사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일찍이 반대를 권고했다.

다른 감사위원인 B 사외이사는 방송연출가 출신으로 교향악단 사장 등을 지냈다. 영풍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그의 전문 분야를 회계나 재무가 아닌 ‘사회공헌’ 으로 적었다. 기업의 복잡한 회계 부정과 환경 리스크를 감시하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책임자 처벌과 함께 내부통제 시스템의 전면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감사위원회가 이번 사태의 경위와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혀 주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