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모델의 장점은 활동반경이 넓다는 겁니다. 10대가 보는 패션 잡지는 물론이고 20대를 겨냥한 잡지에도 나갈 수 있으니까요. 반면 어리다고 봐주는 것은 없어요. 주목받기 위해서는 20, 30대 모델들과 겨뤄도 뒤지지 않을 큰 키, 날씬한 몸매, 그리고 자신감이 필요하죠.” 지난해 서울컬렉션을 비롯해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 지춘희 컬렉션 등 굵직한 패션쇼 무대에 오른 여성모델 박희현(19·정신여고)은 최근 수능시험을 치른 고3 학생이다. 17세 때 한 케이블 TV의 모델 선발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목받는 10대 패션모델로 떠올랐다. 그는 선배 모델 송경아로부터 “어렸을 때부터 시작하면 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듣고 모델이 되기로 결심했다.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건 모델 김다울(19)도 마찬가지다. 그는 13세에 데뷔해 현재는 해외 무대에서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 있다. 2006년 프랑스 파리 컬렉션을 비롯해 샤넬, DKNY 등 유명 브랜드의 패션쇼 무대에 오르며 ‘패션 한류(韓流)’를 실천하고 있다. 14년 전에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슈퍼모델 대회에 참가한 홍진경이 화제였지만 지금은 어느덧 10대 모델들이 국내 패션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2007 아시아-태평양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는 총 1466명의 지원자 중 10대가 630명으로 2006년 542명에 비해 100명 가까이 늘었다. 특히 스무 살만 돼도 지원자가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중학교 3학년인 16세 지원자는 올해 130명이나 됐다. 16세 지원자는 2005년(103명), 2006년(116명)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모델 기획사 ‘더 모델즈’의 목문주 대리는 “요즘은 중학교 1학년생도 모델이 되겠다고 찾아온다”며 “10대들은 몸이 굳지 않았기 때문에 20대에 비해 걸음걸이나 자세 교정이 빠르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패션 관계자들은 서구화된 식습관을 배경으로 꼽았다. 발육 상태가 좋아진 만큼 키와 몸무게 등 체격 조건이 해외의 10대들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것. 해외 모델들은 13∼15세 때 오디션을 받고 데뷔해 2, 3년 안에 빛을 보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 데뷔 시점은 물론이고 주목받는 시점 역시 모두 10대 때 이루어지는 추세다. 10대들의 달라진 사고방식 또한 ‘10대 파워’에 한 몫을 한다. 신체 조건을 앞세우기보다 고된 훈련을 이겨내며 ‘모델=만들어지는 직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연출하는 SBS미디어넷의 최윤영 PD는 “요즘 10대 모델들은 데뷔 전부터 ‘어떤 모델이 되겠다’는 목표를 뚜렷하게 세우고 있다”며 “다양한 패션 감각이나 개성 넘치는 표현력 등을 익혀 ‘나’를 실현하려는 의식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