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미혼모’오스카의꿈을잉태하다

입력 2008-02-19 09: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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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 여우상 후보 ‘주노’ 엘런 페이지 e메일 인터뷰 여주인공이 거의 혼자 이끌어가는 영화… 美 대박 “미혼모 연기? 실제 임신한 배우 연기 훔쳤죠 뭐 나라면요? 중요한 건 스스로 선택하는 거겠죠” “아, 정말 모르겠네요. 진짜로 그 상황에 처해 보지 않고서야….” 영화와 똑같은 처지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배우 엘런 페이지(21)는 난감해했다. 그는 영화 ‘주노’에서 임신한 16세 여고생 주노 역으로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캐나다 출신 배우. 한국 개봉(21일)을 앞두고 본보와 e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영화는 주노가 남자친구 블리커(마이클 세러)와 첫 성경험을 한 뒤 아기를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수술을 하려다 ‘태아도 손톱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낳아서 입양시키기로 결심한 주노는 신문 입양 광고를 보고 근사해 보이는 부부에게 아기를 주기로 한다. 약 24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저예산 영화 ‘주노’는 지금까지 1200억 원을 벌어들여 ‘대박’ 영화가 됐다. 미국의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올해 최고의 영화”라며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재미있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10대 임신과 입양에 대한 관념이 미국과 다른 한국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영화의 대사처럼 아기들은 태어나기를 원한다. 그러나 아기의 장래를 생각할 때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상황에 따라 다르니까 경험해 보지 않고 이런 저런 판단을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중요한 것은 모든 선택이 가능한 가운데 여성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에요.” 영화에서 주노의 부모(부모가 이혼해 엄마는 계모)는 주노를 격려하며 끝까지 도와준다. 계모는 “10대 미혼모들은 아기 키우기에 ‘꽝’이다”라는 초음파 기사의 말에 발끈해 딸을 위하여 싸우기도 한다. 한국의 현실과는 사뭇 다르다. “주노의 부모들도 속으론 ‘부글부글’하겠죠. 주노의 부모는 딸에게 실망했지만 여전히 주노를 사랑하고 그 시점에서 최상의 해결책은 주노를 도와주는 것임을 알고 있어요. 만약 제 일이라면 제 부모도 그러실 것 같아요. 저를 무척 사랑하시니까요.” 10세 때 TV 영화 ‘핏 포니’로 데뷔한 페이지는 2005년 사이코 스릴러 ‘하드 캔디’에서 남자 어른을 고문하는 14세 소녀로 나와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55cm의 단신인 그는 ‘주노’로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차세대 여배우로 떠올랐다. 영화 속 주노는 하드코어 록과 슬래셔 무비를 좋아하며 힙합풍의 껄렁한 말투를 내뱉는 소녀. 스트리퍼와 폰 섹스 서비스 걸 출신으로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른 작가 디아블로 코디의 톡톡 튀는 대사를 페이지는 120% 소화해냈다. 임신 연기를 위해 그는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의 영화 ‘원더랜드’(1999)에서 실제로 임신한 채로 연기하고 출산했던 친구를 관찰했다”고 했다.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원더랜드’에 나왔던 캐나다 여배우 몰리 파커를 의미하는 듯했다. “그의 연기를 잘 보고 모든 것을 훔쳤어요. 하하.”(그는 장난스럽게 e메일 답변 뒤에 ‘laugh·웃다’라고 써 보냈다.) 아무도 이 영화의 흥행을 예견하지 못했다. 페이지는 ‘주노’의 힘을 한 단어로 ‘리프레싱(refreshing·상쾌한)’이라고 했다. 드물게 10대 소녀 주인공이 혼자 이끌어가는 영화로 페이지의 표현에 따르면 ‘대단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함께 나오는 극적인 변화’ 같은 건 없다. “이 영화는요. 좀 느끼하게 들릴지도 모르는데…. 자기 자신이 되는 것. 정직한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예요.” 페이지는 여배우 중에 케이트 윈즐릿, 로라 리니, 시시 스페이섹을 존경한다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렇지만 그들과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지, 제가 특별한 누구처럼 되고 싶지는 않아요.”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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